지구에 영주권을 얻어서 살고 있는 인간에게 지진은 피할 수 없는 급발성 자연 현상이다 보니 누구나 한번쯤 과연 지진으로부터 가장 안전한 곳은 어디인지를 생각해 봤을 것이다.
최근 발생한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은 21세기 들어 인도네시아(2004)·중국(2008)·아이티(2010)·동일본(2011) 지진을 이어 인간의 문명이 자연재해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가를 여실히 보여 주었다. 큰 지진은 대부분 지구 껍데기를 이루는 커다란 여러 지각(地殼)들이 만나는 판(板)의 경계부에서 발생하고, 지각판의 경계가 아닌 안쪽에서도 큰 단층대를 따라 발생하기도 한다. 지진은 말 그대로 땅이 흔들리는 것으로, 지각의 갈라진 곳 또는 어느 약한 곳이 갑자기 깨지면서 미끄러질 때 발생한다.
지각판이 움직이는 원인으로 아주 많은 학설이 다양하게 있어서 한 가지로 특정할 수 없지만 지구는 쉼 없이 돌고 있는 가운데 그 내부는 용융 상태의 뜨거운 핵에서 단단한 암반으로 된 껍데기에 이르기까지 구성 물질이 달라 그 안에서 다양한 움직임이 생길 수 있고, 그 힘이 지표에까지 작용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지구 표면은 15개의 크고 작은 지각판으로 덮여 있고, 이와 같은 이유로 이들 지각판은 아주 미세하게 움직이다 보니 힘이 집중되는 곳에서는 지각이 깨지는 것이다.
지진이 일어날 때 땅이 흔들리는 정도는 내진설계를 위하여 가속도 단위로 계측하는데 지반가속도는 지하 암반에서 전파되어 대부분의 경우 지표에 도달하면서 최대치가 되고, 지진의 세기와 비례한다. 이때 지표의 모든 물체는 현재의 운동 상태를 유지하려는 관성(慣性)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땅이 크게 흔들리게 되면 내진 설계가 되지 않은 구조물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게 된다.
그렇다면 지하에서는 땅이 어떻게 흔들릴까. 결론부터 말하면 지하로 내려갈수록 암반이 강하고 치밀해지는 특성 때문에 흔들림이 급격히 줄어들고, 특수한 경우를 빼고는 파괴도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먼저 땅의 흔들림은 지하로 내려가면서 암반이 강하고 빈틈없이 치밀한 특성 때문에 급격히 줄어든다. 일본 나고야 지역의 지하연구시설에서 2012년에 발생한 대지진의 지반가속도를 계측한 결과 지하 100m까지 급격히 감소하다가 지하 500m 부근에서는 최대 지반가속도의 약 6분의 1에서 8분의 1 수준까지 감소, 흔들림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 하나. 지하에서는 땅의 흔들림이 오로지 암반으로만 전달되면서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힘을 가할 대상이 없어서 지표와 달리 관성 효과가 작용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에서 지하에 분포하는 단층대와 같은 깨진 곳에 구조물을 설치하지 않는 이상 견고한 암반 내에서는 피해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지구 표면에서 우리나라의 위치는 지각판의 경계부가 아닌 유라시아 지각판의 안쪽에 있어서 이번 지진과 같은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확률은 비교적 높지 않은 편이다. 사용후핵연료와 같은 원전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지상에서 보관할 때 리히터 규모 7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설계를 적용하고 있어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 나중에 이를 땅속에 영구히 묻는 이유는 단단한 암반이 인간생활권과 장기간 완벽한 격리를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말할 것도 없이 땅속이 지진에 가장 안전한 이유도 빼놓을 수 없다.
김경수 (재)사용후핵연료관리핵심기술개발사업단 사업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