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정부는 29일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관련 당·정협의회를 갖고 재의요구안(거부권) 행사에 뜻을 모았다. 이어 국회 본청에선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 관련 당·정간 공감대를 형성했다.
당·정은 지난 23일 야권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앞서 28일 국무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고, 윤 대통령은 "당정 협의 등 다양한 경로의 의견 수렴을 통해 충분히 숙고한 뒤 결정하겠다"고 밝힌 터라, 이날 협의 결과는 사실상 정해져 있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할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전량 매입하는 내용이 골자다. 정부·여당은 정부의 매입 비용 부담 증가 및 농업 경쟁력 저하 등 부작용을 지적하며 반대해 왔다.
한덕수 총리는 이날 당정협의회 직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남는 쌀 강제매수 법'이다. 농민을 위해서도 농업발전을 위해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당정협의를 한 결과, 이번 법안의 폐해를 국민들께 알리고, 국회에 재의 요구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개정안에 대해 △시장의 수급조절 기능 마비 △미래 농업 투자 재원 소멸 △진정한 식량안보 경쟁력 약화 △농산물 수급에 대한 국가개입 해외 실패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해당 법안에 대해 “농업계 전문가들과 농업인 단체들도 쌀 산업과 농업 자생력 저하 등을 우려하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설명하며 “농업을 살리는 길이라면 10조 20조도 쓸 수 있지만, 이런 식은 안 된다”라고 반대의 뜻을 강하게 표명했다.
당·정은 또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 필요성에 대해서도 합의했다. 당정의 회의에서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아닌 '정상화'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문재인 정부의 무모한 탈원전이 남긴 전기·가스요금 청구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늘 이 자리를 마련했다”며 “문 정부 내내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공언했지만 결국 윤석열 정부는 문 정부의 탈원전이 남긴 한전 적자, 가스공사 미수금, 전기·가스요금 청구서를 한꺼번에 받게 됐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선 올해 2분기를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위한 적기로 보고 있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재무상황상 요금 인상이 필수적이지만,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는 여름 인상은 가계 부담이 크고, 가을부터는 사실상 내년 총선 정국에 들어서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는 이날 당과 협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전기·가스 요금 조정을 확정하고 31일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