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을 반대하는 메시지를 담은 그림을 그린 러시아 소녀의 가정이 풍비박산났다. 아버지는 징역 2년형을 선고 받기 하루 전 행방이 묘연해졌으며, 딸은 보육원에 보내질 위기다.
미국 CNN방송,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 법원은 28일(현지시간) 자국 군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알렉세이 모스칼료프(54·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공소장에는 ‘모스칼료프가 개인용 컴퓨터를 이용해 러시아군의 신뢰를 저해하는 글자와 그림을 자신의 SNS에 게시했다’고 적시됐다.
모스칼료프가 징역형에 처해진 이유는 지난해 그의 12살 난 딸이 그린 그림 한 장 때문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2개월 뒤인 지난 4월, 그의 딸 마리야는 학교 미술 수업시간에 우크라이나 국기가 꽂힌 땅을 향해 러시아 미사일이 날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전쟁 반대’ ‘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이라는 글귀를 적어넣었다.
전쟁을 비판하는 그림을 본 학교측은 곧바로 이를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모스칼료프의 자택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러시아군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작년 12월 압수수색을 당했다.
압수수색 결과로 그는 이달부터 가택 연금에 들어갔다. 아버지와 단둘이 살았던 마리야는 국가 운영 보호시설로 보내졌다.
모스칼료프는 최대 징역2년형을 확정하는 재판이 열리기 하루 전, 가택연금 중 달아났다. 다른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마리야는 보육원으로 보내지게 된다.
인권단체들은 당국의 처분을 비판하며 가족의 재결합을 촉구하는 온라인 캠페인에 들어갔다.
러시아 복지당국에 따르면 모스칼료프와 마리야의 2인 가정은 작년 5월부터 보호해야 할 취약한 가정 목록에 등재돼 있었다.
러시아 법원 대변인 올가 댜츄크는 모스칼료프가 법정에서 구속돼야 했지만 가택연금을 뚫고 달아나 재판에 출두하지 않은 까닭에 궐석판결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에서는 수많은 정치인과 활동가가 가택연금이나 사법처리를 피해 국외로 도피했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러시아 인권단체 메모리알은 "모스칼료프에 대한 형사처벌 절차는 그의 정치적 견해 때문에 이뤄진 것"이라며 "당국에 비판적인 이들의 시민사회 활동을 비자발적으로 중단시키고 사회 전체를 겁주려는 게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