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계는 업종별 다양성을 감안해 근로시간 유연화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근로시간 제도개편 관련 중소기업 현장 의견수렴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간담회에는 제조·정보기술(IT)·출판·도소매·전시 등 다양한 업종별 중소기업 협동조합 이사장·임원 2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은 추가채용을 하려고 해도 인력을 구할 수가 없어 경직적인 주52시간 제도에선 갑자기 주문이 몰릴 때 대응이 불가능하다”면서 “연장근로 단위기간 확대는 경영난 해소와 일자리 유지·창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출력복사업체 대표자는 “대학교 복사실을 예로 들면 4개월 일하면 2개월 방학이 있어 업무강도 차이가 크다”면서 “대규모 학회가 열릴 때면 철야까지 해야 할 만큼 업무가 집중되는데 현행 주52시간 제도론 유연하게 근무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근로시간 제도개편은 일이 있을 때 일하고, 일이 없을 때는 쉴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전산유지보수업체 대표자는 “고객사가 요청하는 시간에 현장에 들어가서 작업을 할 때가 많다”면서 “고객사 요청에 따라 일하고, 하도급 업체가 많은 중소기업 입장에선 근로시간 유연화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노동계를 중심으로 근로시간 유연화가 근로시간 총량을 늘린다는 주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소프트웨어개발업체 대표는 “언론에선 극단적인 사례가 많이 보도하고 있지만, 장시간 근로를 하는 기업이나 연장근로를 실시하고 임금을 주지 않는 기업은 살아남기도 힘들어 있을 수 없는 얘기”라면서 “포괄임금 악용 사례만 부각시켜서 모든 중소기업을 악덕업체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윤모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은 “근로시간 제도개편 핵심은 연간 근로시간 총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단위기간 내에서 근로시간 배분을 유연하게 해 노사 합의에 의한 선택권을 보장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도개편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은 이제 멈추고, 중소기업 업종 그리고 직종의 특수성과 다양성을 감안해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발전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기중앙회는 이날 간담회에서 취합한 의견을 바탕으로 중소기업계 건의사항을 정부와 국회 등에 전달할 예정이다.
조재학기자 2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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