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김기문 중기중앙회장 "만드는 것보다 지키는 것 중요, 납품대금연동제 시행령 안착부터"

“만드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려운 일입니다. 제도가 시행되는 10월까지 시행령을 면밀하게 다듬어서 납품대금연동제가 시장에 안착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노동시장 개혁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노사의 근로시간 선택권과 근로자 건강권 보장이 조화를 이룬 근로시간 개혁이 이뤄져야 합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지난달 네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23~24, 26대에 이어 27대 회장에 당선된 그는 임기 중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납품대금연동제 안착을 꼽았다. 김 회장은 앞선 임기 동안 줄곧 납품대금연동제 도입을 중소기업계 선봉에서 주장했다. 14년 만에 빛을 보게 된 납품대금연동제를 본인 손으로 직접 시행부터 제도 안착까지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김 회장은 앞선 세 차례 임기 동안 노란우산, 홈앤쇼핑 등 중소기업중앙회 주요 인프라를 구축했다. 노란우산은 출범 15년만에 가입자 160만명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토스뱅크 2대주주로 참여하면서 소상공인 금융 접근성 확대에도 집중하고 있다.

김 회장은 “중소기업 의견을 더욱 다양하게 알릴 수 있는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마련했다는데 지난 임기 동안의 의미를 두고 싶다”면서 “중소기업 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이익이 갈 수 있는 방향으로 균형을 맞춰가며 중소기업계 의견을 적극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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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권건호 벤처바이오부장

-네 번째 임기다. 취임 소감은.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정치권이나 정부에 안정적으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점을 높게 보는 것 같다. 중소기업 의견을 수시로 보낼 수 있는 창구가 열려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중소기업이나 중소기업협동조합 이사장들이 중앙회장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거라 여기는 건 부담도 된다.

중소기업만 잘 살겠다고 제도를 바꿔달라고 할 수는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국민이고 소비자다. 중소기업은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사람이다. 소비자 이익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중소기업 목소리를 전달하는 일이 쉽지 않다. 납품대금연동제를 비롯해 미중간 갈등에 따른 환경 변화까지 대처해야 할 일이 많다.

-납품대금연동제가 지난해 국회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중소기업 숙원이던 납품대금연동제가 14년 만에 법제화됐다. 여야 협치로 단 한 명의 반대 없이 국회를 통과했다. 지금 국회에 계류된 하도급법도 하루 빨리 통과되기를 기대한다.

지난해 말에는 대통령께서 직접 납품대금연동제가 매우 중요한 제도라고 강조하면서 효과를 보지 못하는 기업이나 사각지대가 없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고 직접 당부하고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어렵게 만들어진 제도이니 만큼 제도 혜택을 보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없도록 시행령을 제대로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 중앙회 차원에서 전문가 연구는 물론이고 현장 의견도 수렴하고 있다. 실효성 있는 세부 시행방안 마련을 위해 중기부와도 협의하고 있다. 연동제 예외 사항인 단기·소액 등 범위를 최소화하고 상호 합의로 미적용되는 탈법·부정행위를 미연에 방지할 장치가 필요하다. 예컨대 원재료 외 전기료도 연동대상에 포함하거나 단기·소액 거래를 일률 적용하지 않아야 한다. 쪼개기 계약도 탈법행위로 추정해 부정행위를 미연에 방지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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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협조를 얻기 힘들 수도 있겠다.

▲납품대금연동제는 좋은 중소기업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대기업에도 도움이 된다. 제값 받기로 인해 근로자 임금 인상은 물론 복지도 향상할 수 있다. 제값을 받아 중소기업이 혁신한다면 납품하는 제품 품질도 덩달아 향상된다. 납품받는 대기업 역시 성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법을 지키는 일이다. 법은 만드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 10월까지 남은 기간 동안 법안을 잘 다듬어야 한다. 만들어 놓고 써먹지도 못하는 법이 하나둘이 아니다. 무용지물인 법이 되도록 놔두면 안된다.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한 번이 안되면 두 번, 두 번이 안되면 다섯 번, 열 번이라도 계속 목소리를 내겠다. 시행령이 법 취지와 다른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준비하고 있다.

-납품대금연동제 외에 중소기업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기업승계 제도 개선을 마무리하는 것이 숙제다. 산업 트렌드 변화에 선제적으로 기업이 대응할 수 있도록 독일이나 일본과 같이 업종변경 제한요건을 폐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증여세 연부연납기간도 확대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기업승계 방식으로 사후상속보다 사전증여를 선호한다. 하지만 5년의 짧은 연부연납 기간으로 세부담이 높다. 이것 역시 상속공제와 마찬가지로 20년으로 확대가 필요하다. 세율 역시 현행 누진세 구조를 단일화해 기업승계 제도 완성도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경영승계원활화법, 중소기업성장촉진법 같은 제도로 기업승계를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우리나라 역시 우리 현실과 특색에 맞는 체계적인 승계 지원책을 마련할 때가 됐다.

기업승계가 '부의 대물림'이라는 시각으로 인해 제도가 개선될때마다 어려움을 느낀다. 부가 아니라 '업(業)'을 승계하고 장수기업을 육성한다는 대국민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중소기업 공동행위에 대해서도 달리 봐야한다. 일부는 이걸 담합이라고 하지만 담합으로 볼 수 없다. 담합은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때나 담합이다. 기업간(B2B) 거래는 담합으로 볼 수 없다.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이나 실질적으로 소비자 가격을 알아보고 산다. 기업간 거래를 담합한다고 해서 소비자 가격이 올라가지 않는다. 이런 몇 가지 문제들을 임기내 해결하는 것이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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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기간 줄곧 주장해온 중소기업 협동조합 활성화와도 맥락이 연결된다.

▲최근 제약업계가 힘을 합쳐 제약사 공동 물류센터를 경기 평택에 완공했다. 총 26개사가 참여했다. 이처럼 중소기업이 협동조합을 통해 공동 구매와 판매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조합이 취할 수 있는 공동행위 허용 범위가 불분명하다. 담합 요건이 불확실한 것과 연결되는 문제다.

중소기업협동조합법상 담합규정이 적용되지 않도록 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소비자 이익을 침해하면 안되는 단서가 달려 해석이 쉽지 않다. 소비자 범위를 어디까지 정의해야 하느냐를 정해야 어디까지 공동사업을 할 수 있을지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제도가 유명무실해지는 사례가 이런 것이다. 단서 조항에서 소비자를 최종소비자로 정의해 B2B 거래에서는 협동조합의 가격 협의, 제시 등 행위가 담합으로 간주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소기업이 현 정부 노동개혁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근로시간제도 개편 방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당초 정부 개편안은 중소기업의 다양한 근로 실태를 반영한 내용이 담겼다. 기업과 근로자의 근로시간 선택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환영 입장을 표명했다.

현행 제도에서 중소기업은 구조적 야간근로나, 긴급 발주 대응, 대체인력 수급이 불가능하다. 정부 개편안은 연장근로 단위 시간을 주에서 월단위 이상으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특정 시기에 일이 몰리는 중소 조선업이나 건설기계 정비업 등은 형사 처벌 부담 없이 주52시간을 초과해 일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결국 일을 더 시키겠다는 이야기 아니냐고 MZ노조나 일부가 이야기하지만 그렇지 않다. 청년 근로자가 우려하는 장시간 연장 근로는 일반적이지 않을 것이다. 노사가 합의해야만 도입할 수 있고, 근로자가 원하지 않는 연장근로는 처벌받는다. 돈을 벌고 싶은 사람은 벌고, 쉬고 싶은 사람은 쉴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자는 것이다. 보완방안 마련으로 노사의 근로시간 선택권과 근로자의 건강권 보장이 조화를 이룰 수 있기를 희망한다.

-곧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를 시작한다.

▲올해는 최저임금 인상을 최소화해야 한다. 최저임금 결정에는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 등 고려할 상황이 많겠지만, 기본적으로 기업 임금지불능력 범위 내에서 결정돼야 한다. 일자리 감소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최근 코로나 이후 고물가, 고금리로 인해 중소기업은 경영여건이 나빠져 임금지불능력이 현저히 저하됐다. 이런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소한의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

업종별 구분 적용도 시급하다.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근로자의 업종별 격차가 심해지고 있다. 업종별로 중소기업 지불능력 차이가 큰 만큼 이를 감안해 구분 적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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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기업·소상공인도 많이 어려워 한다. 노란우산 복지 사업이 가능해졌는데 구상하는 방향은

▲노란우산이 명실상부 소기업·소상공인 사회안전망으로 성장했다. 이제는 허브 역할을 하기 위해 가입자 복지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다른 공제회는 직영시설 기반으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면 아직 노란우산은 가입자 규모에 비해 복지서비스가 미흡하다.

단계적으로 복지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지역별 가입자가 소통할 수 있도록 복지플라자를 설치할 계획이다. 다양한 업종 가입자간 상품·서비스 거래를 지원하고 유사업종 사업자간 협업·상생을 위한 앱 기반 복지플랫폼도 구축하겠다. 가입자에게 맞춤형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 방식으로 노란우산 전용카드사업 실시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소기업·소상공인에게 편안한 휴식과 놀이를 제공할 수 있는 리조트 같은 사업을 시작하는 것 역시 생각 중이다.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은 어땠나.

▲평가가 엇갈리지만, 분명히 의미가 있다. 집에서 부모가 싸우면 아이들이 불편하다. 마찬가지다. 정부끼리 다투고 있으니 실질적으로 사이에서 일하는 기업인은 어려움이 많았다. 양국 기업인 모두 경제 협력을 바란다. 정치는 정치로 두고, 민간 단위 교류는 계속 이어가는 것이 마땅하다.

◇김기문 회장은…

1955년생으로 충북 증평 출신이다. 1988년 로만손을 창업해 국내 최대 시계업체로 성장시켰다. 개성공단기업협의회 초대 회장으로 활동했다. 12~14대 한국시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을 지낸 김 회장은 2007년 23대 중소기업중앙회장으로 당선돼 2015년까지 8년간 중소기업중앙회를 이끌었다. 2015년 로만손 회장으로 복귀한 그는 2016년 여성 주얼리 브랜드 제이에스티나로 사명을 바꾸고 사업을 확장했다. 이후 2019년 26대 회장으로 다시 당선됐고, 지난달부터 27대 회장으로 네 번째 임기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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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