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를 내세운 국내 SPA시장이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글로벌 대형브랜드가 주춤한 사이 탑텐과 스파오, 에잇세컨즈 등 토종브랜드가 약진하며 시장을 키우면서다. 올해도 이러한 불황으로 인한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수년 째 침체기를 겪어온 SPA 브랜드 매출이 작년 일제히 늘어나면서 반등하고 있다. 업계 1위 브랜드인 '탑텐'은 지난해 매출 7800억원을 기록하며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2000억원가량 늘어난 수치다. 탑텐을 운영하는 신성통상은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매장이 폐점하는 상황에 반대로 매장수를 늘렸고 이러한 전략이 적중했다. 작년 말 기준 탑텐 매장수는 550여개로 전년보다 200개 이상을 늘렸다. 올해 역시 매장 수를 626개까지 늘려 9200억원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랜드가 운영하는 SPA브랜드 '스파오'는 온라인 강화로 침체기를 돌파했다. 스파오는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며 정체했지만 작년 4000억원대 진입에 성공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00% 증가한 35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진다. 스파오는 오프라인 매장 수를 늘리기보다 내실을 다지며 디지털 전환에 힘을 쏟았다. 생산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전자태그(RFID) 기술을 매장에 도입해 소비자 경험을 강화했다. 또한 자사몰 '스파오닷컴'을 2020년 리뉴얼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내놓은 것이 집객효과로 이어졌다. 실제 지난해 온라인 매출만 1000억원을 웃돈 것으로 알려진다.
스파오의 작년 말 기준 오프라인 매장 수는 113곳에 그친다. 탑텐과 비교하면 매장 수가 20%에 불과하지만 매장 당 매출로 단순 환산하면 탑텐은 매장 당 약 14억원을, 스파오는 약 35억원으로 두 배 이상 우위를 갖고 있다. 올해는 스파오 키즈 확대와 해외 시장 공략도 나설 계획이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에잇세컨즈'도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반등 신호탄을 쐈다.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30% 신장한 2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에잇세컨즈는 작년 말 기준 전국 68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한편 일본 불매운동으로 타격을 받은 '유니클로'도 SPA시장 성장세에 매출이 늘며 회복하고 있다. 에프알엘코리아의 2022년 회계연도(2021년 9월~2022년 8월) 매출은 7042억원으로 직전 기간보다 20.9% 늘었다. 영업이익은 1148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16.8% 증가했다. 유니클로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본격화하면서 2020년 매출이 5746억원으로 전년(1조4188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한때 180곳을 넘겼던 매장 수도 지난 2월 기준 125곳으로 줄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소비 양극화 추세에 패션 업계도 고가 수입브랜드와 SPA 브랜드로 수요가 쏠리고 있다”면서 “올해도 이러한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SPA 브랜드 매출도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