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침 뉴스에서 일상이 된 용어 가운데 하나가 '○○○가 올랐다' '○○○ 사상 최대' 등이다. 올해 기대 이하의 전망과 경제 위기가 지속되는 느낌이다.
활기차야 할 아침에 허탈감마저 드는 건 필자만의 느낌일까.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 여러분들 역시 같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혹자는 코로나19 때도 매일 '○○○가 올랐다' '○○○ 사상 최대' 등 지금과 다를 바 없는 용어였지만 이 고비만 지나고 나면 또는 새로운 변화에 도전하는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는 경제적 낙관론이 우리 경제, 특히 중소기업 생태계에 지배적이었다고 말한다. 그 결과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제2의 벤처 붐'이라 불릴 정도로 높은 창업 열기와 벤처기업의 괄목한 성장을 보이며 대한민국의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 줬다.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로 접어든 이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장기화로 글로벌 공급망 교란, 선진국의 자국 산업 보호주의 격화로 높아만 가는 무역 장벽 등에 더해 3고 위기(고물가·고금리·고환율)가 우리 생활과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했던 경험과 혜안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다.
코로나19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된 핵심은 적극적인 정부 지원에 더해 기업 간 연대와 협력을 기반으로 한 민간 주도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이 이룬 결실이다. 정부는 지난 18년 동안 다섯 차례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기본계획과 관련한 연차별 부처 운영계획 등을 수립하고 기업 생태계에 상생협력 기반을 다지고 문화 확산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특히 기술 탈취 방지 및 납품단가 제값 받기 유도, 수·위탁 분쟁조정 등 공정경제 문화 조성, 성과공유제 및 이익공유제를 통한 공정한 배분 촉진, 대기업·중소기업·정부가 함께하는 상생형 스마트공장 확산을 통한 중소기업 생산성 증진, 4차 산업혁명 대응 등 넛지 방식의 상생협력에 힘써 왔다.
다만 정부의 적극적 지원에도 아직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은 대기업의 눈치보기식, 중소기업에 대한 호혜성 생색내기식 지원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끊이질 않는다. 이로 말미암아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 지속 △실질적 지속 성장이 가능한 동반성장 사업 전개 미흡 △정권 교체 시 단편적이며 분절적으로 이행해 온 지원 사업 등 고질적 문제가 상존하는 등 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속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은 이런 걸림돌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는지 실마리를 제공했다. 더욱이 과거 개별기업·개별국가 중심 경제체계, 예측 가능한 기술 변화, 전통 제조업 중심 및 규모화한 산업에서 글로벌 중심 블록 단위 경제와 4차 산업혁명으로 말미암은 예측 불가능한 기술적 변화, 수요자 중심의 생산방식 및 융합산업 중심 기업 생태계로 급속히 전환하고 있다. 이에 중소기업 생태계 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은 변화에 걸맞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급변하는 경영환경과 경제적 위기 극복을 위해선 대·중소기업 간 양방향 신뢰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전략 수립 및 운영, 단순 거래 안정화에서 벗어나 기업 생태계 측면에서의 불공정 행위 근절을 통한 공정경제 실현, 법과 제도 등을 아우르는 상생협력 플랫폼 기반의 인프라 마련, 정부·대기업·중소기업 등 이해관계자가 상호 연계 및 입체적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 신동반 성장 체계의 마련 및 이행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중장기적인 지속 성장이 가능한 민간 주도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체계를 확립한다면 지속 성장이 가능한 중소기업 생태계 조성의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백훈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 hbaek@kos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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