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본질을 정의하는 데 정답은 없겠지만 만약 미디어산업을 정의한다면 그 중의 하나가 기술 선도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미디어 속성을 논의할 때 영향력으로 인해 공익성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그것에 버금가게 중요하게 봐야 하는 것은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인한 미디어에서 기술의 역할일 것이다. 기술의 발전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미디어를 이해하는 데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단언한다.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미디어 세상은 기술이 만들어 낸 것이고, 기술 발전으로 계속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과연 우리 생활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 잡은 플랫폼들과 전통 미디어 산업을 파괴하고 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어떤 모습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플랫폼과 OTT가 산업의 주류로 자리매김하는 데에는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유무선 네트워크가 있다. 바로 광대역 초고속 인터넷이 이들 서비스를 가능케 한 것이다.
소비자의 요구로 기술과 서비스가 개발되는 이른바 '풀'(pull) 형태가 아니라 기술 발전으로 소비자의 잠재적 욕구를 깨우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푸시(push)' 형태인 것이다.
이동통신은 4세대(4G)를 넘어 5G, 나아가 6G를 얘기하면서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한 세대(G; generation)를 넘어갈 때마다 상상에 그치던 획기적 서비스가 선보이고, 현실에서 자리 잡는 양상을 보여 왔다. 다시 말하면 획기적 이통과 디지털 기술이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푸시해서 접하게 하고, 익숙하게 한 것이었다.
지금도 5G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이 시기에 6G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5G에 걸맞은 서비스가 우리 삶에 파고들지 않음에도 기술은 벌써 6G를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며칠 전 인도가 6G 리더십을 가지기 위해 정부 차원의 보고서(6G Vision)를 발표했다.
6G 로드맵과 실행 계획 수립을 위해 학계, 정부, 학교, 서비스 사업자와 산업계 전체를 포함한 위원회를 2021년 11월에 구성한 바 있다. 그 후 1년 이상의 연구와 의견을 모아 보고서를 발표한 것이다.
보고서는 6개 분야 태스크포스(TF) 보고서를 포함하고 있으며, 국내를 포함해 주요 국가의 6G 연구도 언급하고 있다. 지금부터 2030년까지 두 단계로 나누어 6G 로드맵을 작성했다. 1단계인 2025년까지는 아이디어와 개념 증명을 위한 시험이고, 2단계인 2030년까지는 상용화를 앞둔 테스트베드와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6G는 아직도 초기 개념 단계이지만 통합된 인간과 기계, 기계와 기계의 연결성을 제공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6G는 5G 기술 위에서 개발될 것이지만 5G보다 더 신뢰할 수 있고, 초저지연(ultra-low latency)의 속성을 더 띠면서도 5G보다 거의 100배 빠른 속도(1Tbps 정도)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한다. 이로 말미암아 상상 속에서만 얘기되고 있는 새로운 서비스들이 개발될 것이라고 한다.
이 같은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기존 이통뿐만 아니라 저·중·정지궤도 위성 등을 포함한 복합적 네트워크 구성을 얘기하고 있다. 완전한 6G 생태계를 위해서는 이른바 5G의 high band 주파수(mmWave)뿐만 아니라 테라㎔ 주파수를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적시하고 있다.
인도는 서남아 지역의 중국의 패권을 저지하기 위해 호주와 6G를 위한 체계 구축을 모색하고 있다. 6G 기술 개발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기 위한 노력에도 나서고 있다.
5G와 디지털전환(4차 산업혁명) 시대가 맞물리면서 각국의 기술패권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은 점입가경 수준이다. 그러나 국내는 5G 중간요금제와 28㎓ 주파수 할당 취소와 같은 서비스 초기 단계에 있을 법한 이슈에 매몰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정부, 사업자도 미래를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khsung20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