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한 스타트업이 빙하기 시대 멸종한 매머드의 DNA를 바탕으로 만든 세포배양육 미트볼(고기완자)을 공개해 화제다.
로이터 통신·CNN 방송 등에 따르면 호주 스타트업 ‘바우’는 지난 28일(현지시간) 암스테르담의 ‘네모’ 과학전시관에서 이른바 ‘매머드 미트볼’을 선보였다.
배양육은 동물을 사육·도축하지 않고 세포를 배양해 얻은 육류를 말한다. 축산업으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도축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더 환경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미래 식량’으로 각광받고 있다.
바우가 선보인 ‘매머드 미트볼’은 매머드 세포의 유전정보에 관한 공개 자료를 활용해 만들어졌다. DNA 배열의 공백은 멸종하지 않은 동물 중 매머드에 가장 가까운 친척인 아프리카코끼리의 유전정보로 보충했다.
연구진들은 이렇게 완성된 매머드 세포의 유전정보를 양 세포에 넣고 실험실에서 적절한 조건을 만들어 배양했다. 만들어진 고기의 총량은 약 400g. 축구공보다 약간 작은 미트볼이 나왔다.
CNN은 이 미트볼에 대해 “매머드 고기라고 부르기는 무리다. 극소량의 매머드 DNA가 포함된 실험실 배양 양고기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다”라고 했지만, 그럼에도 바우는 목표를 이뤘다.
애초에 바우는 이 매머드 미트볼을 상업적으로 생산할 계획도, 누군가에게 시식을 권유할 생각도 없다. 단순 1회성 프로젝트다. 다만 이를 통해 배양육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는 것이 바우의 목표였다.
팀 노크스미스 바우 창업자는 AP통신에 "털이 북슬북슬한 매머드는 전통적으로 상실의 상징이었다. 이제 우리는 매머드가 기후변화로 죽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우리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지구를 위해서도 더 나은 흥미진진한 미래의 상징이 될 만한 것’을 만드는 게 이번 매머드 미트볼 프로젝트의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바우의 최고과학책임자인 제임스 라이올은 “우리가 식품을 어떻게 얻는지에 대해 생각을 다시 해 보기 시작할 때”라며 전세계에 배양육이 더 널리 알려지기를 희망한다고 CNN에 말했다.
석기시대 사람들은 매머드를 사냥해서 고기를 포식했겠지만, 이번에 배양육으로 만들어진 미트볼을 맛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라이올 등 연구자들도 마찬가지다.
라이올은 "보통은 우리 제품을 맛보고 여러 시도를 하지만 (이번엔) 즉각 맛보기가 꺼려졌다"고 털어놨다. 4000년 이상 존재하지 않았던 단백질을 재현했는데, 이 특정 단백질이 알레르기 등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 고기가 상업용으로 이용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한편, 매머드 고기를 먹어본 현대인이 아무도 없는 것은 아니다. 러브 데일런 스톡홀름대 교수는 2012년 시베리아 현지 조사 당시, 영구 동토층에 보존된 새끼 매머드 사체 일부를 채취해 맛봤다.
데일런 교수는 ‘매머드 미트볼’의 과학적 가치는 없지만 판매에 들어간다면 사먹을 의향이 있다며 “꼭 먹어보고 싶다. 진짜 매머드 고기보다 맛없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