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배터리 기업 70% "적기에 투자 못 받아"

반도체 등 첨단산업 기업 10곳 중 7곳은 적시 투자를 받지 못해 자금사정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선점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 확대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 등 첨단전략산업에 속한 기업 110곳의 자금사정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 중 70%는 필요 투자자금의 60%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일 밝혔다.

첨단산업 분야 기업 자금 사정(자료: 대한상의)
첨단산업 분야 기업 자금 사정(자료: 대한상의)

'투자집행에 필요한 자금규모 대비 현재의 자금확보 비율'을 묻는 질문에 기업들은 '40~60% 미만'(27.3%) '20% 미만'(21.8%) '20~40% 미만'(20.9%) '80% 이상'(18.2%) '60~80% 미만'(11.8%) 순으로 응답했다. 투자자금 확보 비율이 40%에도 못 미치는 첨단 분야 기업이 10곳 중 4곳(42.7%)에 달했다.

'지난해 대비 전반적 자금사정(내부 유보금 등)'에 대해서도 악화됐다는 기업이 호전됐다는 기업보다 배 이상 많았다.

이들 기업은 해당 업종 성장성과 국내외 시장상황을 감안했을 때 지금은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 시기라고 인식했다. '소속 산업의 전망과 주요 경쟁사들의 투자상황 혹은 기술추격 수준 등을 종합 고려했을 때 바람직한 투자방향성'을 묻는 질문에 '시설투자'(60%) 'R&D투자'(72.7%) '인력투자'(64.5%) 등 모든 분야에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이 월등히 많았다.

기업이 꼽은 '자금조달 관련 애로'는 직접금융 분야에서 '고금리 시장상황 및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회사채 발행 어려움'(66.3%)이 가장 많았다. 이어 '투자심리 위축 등 주식시장 침체에 따른 주식발행 어려움'(41.8%) '어음할인 및 전단채 발행 어려움'(10.9%) 순이었다.

'해당 업종의 성장과 국내 투자 견인을 위해 가장 유익할 것으로 생각하는 정부 정책'으로는 '투자세액 공제'(57.3%) '국가 보조금'(51.8%) '인프라 구축 지원'(45.5%) '신속한 인·허가 처리 지원'(35.5%) 등을 차례로 꼽았다.

김문태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첨단제품의 원가경쟁력이 뒤처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정책금융 확대, 보조금 지원 등 다양한 정책 포트폴리오도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