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이제 기름이 아닌 소프트웨어(SW)로 달린다.”
벤츠 전성기를 이끌었다고 평가받고 있는 디터 체체 메르세데스-벤츠 전 회장의 말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최근 완성차업계는 전통적 제조 산업에서 SW·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3'에서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소니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모두 미래차 관련 기술을 선보였다. 산업 간 영역이 파괴되고 제조와 서비스 간 장벽이 사라지는 무한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전환 시대에 자동차 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거대한 변화에 직면해 있다. 그 변화는 전방위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속도 또한 엄청나게 빠르다. 이러한 격변 상황에서 우리는 위기라고 말하지만 한편으로 기회를 맞을 수 있다고 한다.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가까이 다가온 미래차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여러 해법과 대안을 말하고 있지만 그 가운데 공통분모는 인재 확보가 될 것이다. 지금도 기술 변화가 워낙 빠르게 일어나다 보니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 수요에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래차 인재 육성을 위한 정부의 의지는 어느 때보다 높다. '자동차산업 글로벌 3강 전략'에 따라 2030년까지 SW 융합 인력 1만명을 포함해 3만명의 전문인력 양성을 목표로 정책적 지원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올해 인력 양성 예산도 전년 대비 1.4배 확대된 315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온전히 정부에만 맡기고 의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한 아이를 기르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정부는 물론 기업·대학 등 교육 현장, 유관 기관 등 민·관이 함께 역량을 최대한 결집하고 각자의 역할을 더욱 끌어올려야 한다.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인재 양성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금은 한 우물만 파는 전문가 시대는 끝났다고 말한다. 미래차뿐만 아니라 전 산업에서 가속되고 있는 기술의 파괴적 혁신에 대비하려면 전문성은 물론 다양한 방면을 이해할 능력을 갖추고 협업이 가능한 창의적 인재 양성이 절실하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미래차로 변화를 관통하는 핵심은 'SW'다. 이동하는 스마트기기로 변모하고 있는 미래차의 모습은 이젠 SW와 떼어서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글로벌 컨설팅사 매킨지는 자동차 SW 시장이 2030년 93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재가 필요한 곳은 결국 우리 기업이다. 산업 현장에 적합한 인재의 조건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 역시 기업이다. 공급자 관점의 인력 양성보다 수요자 입장에서 기업의 목소리를 지금보다 더 귀담아들어 정책에 반영하고, 기업은 대학 등 교육 현장과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해 나가야 한다.
지난 3월 친환경차가 이끈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은 65억달러로 월간 기준 최고액을 달성했다. 그러나 여기에 안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앞으로 미래차를 두고 펼쳐질 글로벌 무한경쟁에서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그 출발점은 바로 인재 육성에서 시작되고, 결국 미래차의 '미래'는 인재가 좌우하게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박청원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 cwpark9@gok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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