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법률안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취임 후 첫 거부권 행사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국회로 돌아가 재표결에 부쳐진다. 윤 대통령이 고유권한인 거부권 행사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시도를 무력화한 셈이다. 다수 의석을 앞세운 민주당은 앞으로 입법 독주를 계속할 것으로 보여 정국 갈등은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심의·의결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종료 후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한덕수 국무총리의 재의 요구를 즉각 재가했다. 윤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행사는 처음이다. 대통령 고유 권한으로, 2016년 5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이후 7년 만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하게 골자다.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할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전량 매입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민주당이 지난달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그간 정부는 이번 법안의 부작용에 대해 국회에 지속적으로 설명해 왔지만, 제대로 된 토론 없이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시장의 쌀 소비량과 관계없이 남는 쌀을 정부가 막대한 혈세를 들여 모두 사들여야 한다는, 남는 쌀 강제 매수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법안은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농가 소득을 높이려는 정부의 농정 목표에도 반하고, 농업인과 농촌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 포퓰리즘 법안이다. 법안 처리 이후 40개 농업인 단체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전면 재논의를 요구했다. 관계 부처와 여당도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검토해서 제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했다”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양곡법 개정안은 국회로 다시 넘어갔다. 재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통과 요건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아야 한다. 정부는 국회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재통과시키면 법률로 확정돼 받아들여야 한다.
다만 재적 의원(299명) 중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115명)이 3분의 1을 넘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의 입법 독주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반대하는 간호법과 방송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개정안 등에 대해서도 의석수를 앞세워 본회의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尹 "40개 농업인 단체서 재논의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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