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7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발표한 한국의 제조 경쟁력 순위다. 2014년 세계 3위로 독일과 일본을 제쳤고 2018년까지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에서 세계 제조업 3위로 인정받은 한국이 대만, 프랑스에도 뒤처지는 성적표를 받았다. 생산, 수출 등 양적 위상은 유지했지만 제조공정 디지털화와 탈탄소화 대응 등 질적 측면에서 뒤처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경제성장 전망도 암울하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1990년대 7%대 초반의 경제성장률은 2000년대 4%대 후반, 2010년 3%대 초반으로 낮아졌다. 최근에는 2%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50년 0.5% 수준으로 하락한다는 비관적 예측을 내놓았다.
어느 나라나 경제 발전에 따라 성장률이 둔화하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경제 발전의 모범으로 인정받던 한국의 하락 속도는 너무 가파르다.
더욱이 급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저출산율을 고려하면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지경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해법은 고착화한 저성장 경로를 탈피하고 산업 대전환으로 새로운 경제성장 경로를 빠르게 창출하는 것이다. 이는 국가 혁신시스템 대전환을 통한 기술혁신으로만 가능하다.
역대 정부는 이 같은 화두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최근에도 기술 패권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첨단전략산업과 12대 국가전략기술 등 육성 대책을 발표했다. 기술개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바탕으로 투자를 늘렸고, 국가 기술개발 체계 개선도 지속 추진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은 4.81%로 세계 2위다. 총 R&D비는 2021년 기준 110조원 규모로 세계 5위 수준이다. 그러나 지속되는 기술무역수지 적자와 낮은 사업화 성공률 등 정부의 R&D 투자가 시장 혁신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계점이 여전히 지적받고 있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전략적 투자 강화가 필요하다. 산업 대전환을 위해 필요한 미션을 우선 선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발굴해야 한다. 기술개발은 물론 사업화, 인프라 구축, 인력 양성 등 혁신정책을 연계·기획하고 패키지로 지원하는 체계가 요구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현 정부의 국정 이행 과제 가운데 하나인 '메가 프로젝트'를 '초격차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수립, 발표를 앞두고 있다. 국가전략기술과 궤를 함께하는 동시에 산업 현황 분석을 통한 핵심 투자 분야 및 미션을 설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상세화·구체화했다.
민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플랫폼을 마련하고 국책사업 운영에 기업 의견이 주도적으로 반영되도록 수행체계 유형화를 담기 위해 노력한 흔적도 보인다.
자국 우선주의, 기술패권 경쟁,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환경의 복잡성은 앞으로도 심화할 것이다. 기술 격차 확대는 물론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 선점과 함께 새로운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한 기회 제공 등 산업 대전환을 선도할 초격차 전략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초격차 프로젝트를 통해 전통 제조업 의존도가 높은 산업구조를 고부가가치 미래첨단산업 중심으로 대전환해야 한다. 미래 신시장을 선점하고 하락한 경제성장률 반등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공공 주도 및 양적 성과 중심 R&D 관리 시스템을 민간 주도 및 질적 성과 중심의 책임 시스템으로 바꾸면 R&D 생산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침체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지 성장으로의 전환을 이뤄낼지 기로에 선 지금 다양한 혁신 주체가 성과를 실감할 수 있는 기술혁신 정책을 기대한다.
장웅성 산업통상자원 R&D전략기획단장 wsc1331@osp.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