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이르면 내년부터 10% 이상 실리콘을 함유한 음극재 배터리를 차기 전기차에 적용한다. 기존 흑연 음극재 대비 배터리 성능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기차 기준으로 주행거리는 평균 500㎞에서 700㎞ 이상으로 1.5배 늘어나고, 완전충전 속도는 20분 이하로 단축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실리콘 10% 음극재 기반 이차전지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양사 모두 현대차 전기차에 공급하는 배터리 회사로, 이르면 내년 차기 전기차 모델용으로 실리콘 10% 음극재 배터리 적용이 유력하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실리콘 음극재 상용화에 따라 차세대 전기차 성능도 크개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배터리의 실리콘 음극재 함량을 지속적으로 높여서 전기차 성능을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중기 계획에서는 전기차 배터리용 음극재 내 실리콘 비중을 15%까지 순차적으로 높이는 것을 지향한다.
현재 이차전지는 리튬이온 기반으로, 핵심 요소인 음극재는 대부분 흑연을 사용한다. 전기차 업계는 흑연보다 배터리 성능을 높일 소재로 실리콘에 주목하고 있다. 실리콘을 사용한 음극재는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고 충전 시간은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업계에서는 흑연에 실리콘을 약 5% 첨가하는 음극재가 배터리에 탑재되고 있다.
현대차 역시 실리콘 음극재를 사용했지만 실리콘 함량 비중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차기 전기차에 적용될 음극재 내 실리콘 비중을 10% 이상으로 잡았다. 이는 배터리셀당 에너지 밀도를 5% 함량 대비 3배 늘릴 수 있는 수준이다.
실리콘 10% 이상 음극재 배터리를 처음 탑재할 차량으로는 아이오닉 시리즈가 우선 꼽힌다. 지금까지 아이오닉 시리즈는 실리콘 비중이 5~7%인 것으로 전해졌다. 차세대 아이오닉의 배터리 성능 개선으로 주행거리와 충전 속도 개선이 예상되는 배경이다.
현대차는 실리콘 음극재 적용을 위해 국내 배터리 업체뿐만 아니라 여러 소재 업체와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현대차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실리콘 음극재는 협력사인 대주전자재료·SK머티리얼즈·SKC에서 공급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주전자재료는 전기차에는 실리콘 7%, 정보기술(IT) 기기에는 10~15% 음극재를 각각 적용한 바 있다. SK머티리얼즈과 SKC는 글로벌 실리콘 음극재 업체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실리콘 음극재 상용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탑재가 목표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측은 “차기 부품의 로드맵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