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에듀테크 박람회 '벳쇼'(Bett Show)에서 교육부 차관이 주재하는 에듀테크 기업 간담회가 열렸다. 현장에서 장상윤 차관은 영국 교육부 장관과 면담하고 현지에서 직접 간담회를 주관, 30여개 에듀테크 업체의 어려운 사항도 들었다.
참여 기업들은 “감개무량하다”는 표현까지 하며 간담회 개최 자체를 반가워했다. 그동안 '사교육'과 함께 거론되며 싸잡아 비난받던 억울함 등을 떠올린 것이다. 에듀테크 기업 입장에서는 멀리 타국 박람회에 와서야 교육생태계 일원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올해는 우리나라 정부가 교육의 디지털 대전환을 추진하면서 인공지능(AI) 교과서 사업과 함께 교육부 차관과 직원들이 처음으로 벳쇼를 방문하는 등 에듀테크 생태계 조성에 나서기 시작했다.
내년 벳쇼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연기되던 일정이 아니라 원래대로 1월에 개최된다. 역대급 규모로 한국인들이 참여한 올해 박람회를 돌이켜보며 사실 1년도 남지 않은 내년 1월에는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미리 생각하게 된다.
영국의 민·관 협력 시스템을 배우는 것에서 나아가 우리나라 에듀테크가 세계에 선도적 모델을 제시할 수는 없을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영국 장관도 AI 강국인 한국으로부터 배울 점이 많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국 교육 환경은 무선인터넷, 디바이스 등의 보급 상황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민·관 협력 모델을 자랑하는 영국조차 인터넷 인프라나 디바이스 보급은 학교 재정 문제로 학교 간 차이가 극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이 보유한 에듀테크 제품과 서비스 기술 수준이 현장에서도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에듀테크 기업 입장에서는 그동안 학교와 만날 기회나 공간이 없었는데 AI 디지털 교과서 사업을 비롯해 학교장터 에듀테크 카테고리 등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기업과의 간담회를 비롯해 이러한 정책의 변화는 오랜 가뭄을 겪고 있던 에듀테크 업계에 '봄비' 같은 존재가 된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소통과 변화는 교육부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련 부처의 관심과 지속적 지원이 필요하다. 산업 발전의 마중물이 될 수 있는 것이 정책의 역할이다.
교육이 백년대계라면 계획과 변화는 혼자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다. 학교를 위한 최상의 에듀테크 서비스는 정부와 교육청 관계자뿐만 아니라 교사·학부모·학생과의 피드백을 통해 발전한다. 이제야 에듀테크 생태계 조성을 위한 첫 단추를 끼웠을 뿐이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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