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인상 전 구조조정부터…한전·가스공사 “2026년까지 28조 절감”

전기·가스요금 민당정 간담회
인상은 불가피…시기·폭 신중
비핵심자산 매각·긴축경영 등
적자해소 강도 높은 자구책 추진
국힘 “뼈를 깎는 선행노력 필요”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가 적자 해소를 위해 오는 2026년까지 28조원 규모의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하기로 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전기·가스요금 상승에 따른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이들은 에너지 공기업 재무상황상 요금 인상은 필수적이지만 인상 시기와 폭을 놓고는 신중한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민·당·정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민·당·정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국민의힘과 정부는 6일 오전 국회에서 '전기·가스요금 관련 민당정 간담회'를 열고, 한전과 가스공사로부터 자구 노력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받았다. 이들은 비핵심자산 매각을 매각하고, 공급안정성 유지 범위 내에서 사업비를 투자하고 착수 시기를 조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고강도 긴축 경영을 통한 비용 절감 등으로 두 기관 모두 오는 2026년까지 각각 14조원씩 총 28조원 규모의 자구노력을 강도 높게 추진하기로 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국민이 '그만하면 됐다'고 할 때까지 뼈와 살을 깎는 선행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당정은 지난달 31일 당정협의회에서 에너지 공기업의 누적 적자 상황을 고려해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정부와 인식을 같이하면서도 여론 수렴과 정부·공기업 구조조정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며 요금 인상을 보류한 바 있다.

이후 엿새 만에 다시 열린 이날 간담회에서는 △요금 조정시 파급 영향 △요금 조정시 취약계층 지원 및 확대 방안 △소상공인 대상 요금 분할 납부 제도 조기 시행 △에너지 캐시백 제도 활성화 등이 논의됐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유가폭등과 같은 국제 에너지 여건의 변동성도 여전한 만큼, 에너지 요금 정상화는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기존에 해왔던 누진 구간을 확대하고, 어려운 취약계층에 대해 요금을 분할 납부할 수 있는 시기를 단축시키는 방안 등을 포함해 국민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도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민간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수년간 급등한 상황에서 전기·가스요금 조정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국민 부담이 증가하는 것에 대해선 우려를 표했다. 전력 소비자의 이해를 구하고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무엇보다도 국민이 납득할수 있어야 한다”며 “에너지 요금 문제는 적자 해소 차원이 아니라 에너지 산업의 미래를 위해서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흥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천연가스가 99센트에서 99달러로 100배 올랐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며 “누군가는 내야 하는데 미래 세대에게 넘기면 이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 고통을 분담할 때”라고 했다.

김진호 KIST 에너지융합대학원 교수는 “이번 기회에 합리적 에너지 소비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전기요금 인상 지연으로 인한 한전채 발행 확대 우려에 대해 정승일 한전 사장은 “한전채 발행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건 한전만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고 전체적으로 요금 정상화 시기·폭과 연계돼 있어서 다른 자금 조달 수단이 뭐가 있는지, 추가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이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드렸다”고 말했다.

당정은 향후 현장 방문 등 추가논의를 거쳐 전기·가스 요금 인상 시기와 폭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인상 시점과 관련해 박 정책위의장은 “시점에 대한 결론을 내고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정재계 안팎에서는 요금 인상이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당의 지지율이 급격히 추락한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으로 부정 여론이 커질 수 있을 것을 우려해서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