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A 최초 목성 탐사선 '주스' 다음주 우주로…생명체 흔적 찾을까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목성과 그 주변.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목성과 그 주변.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유럽 최초의 목성 탐사선 발사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주스’라는 귀여운 이름의 탐사선은 8년 여 간 우주를 가로질러 태양계 가장 큰 행성인 목성의 달들을 관찰하게 된다.

유럽우주국(ESA)은 현지시각으로 오는 13일 오전 8시 15분(한국시각 오후 9시 15분)께 목성 얼음 달 탐사선(Jupiter Icy Moons Explorer), 줄여서 ‘주스’(JUICE)라는 이름의 탐사선을 발사한다.

도착 예정연도는 2031년. 주스 탐사선은 장장 8년을 날아 목성에 도착하게 된다. 이 곳에서 얼음 달인 갈릴레이 위성(가니메데, 칼리스토, 유리파)을 탐사할 예정이다. 얼음 표면 아래에 있는 액체 상태의 물에서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확인하러 가는 것이기 때문에 화산 활동이 활발히 일어나는 ‘이오’는 갈릴레이 위성 가운데 유일하게 제외됐다.

◇유럽 최초의 목성 탐사…”비행 기간만 8년”

목성 궤도에 진입한 주스 탐사선 상상도.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유럽우주국(ESA)
목성 궤도에 진입한 주스 탐사선 상상도.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유럽우주국(ESA)

지구에서 가깝게는 5억 9000만km, 멀게는 9억 6500만km 떨어진 목성. 이곳으로 향하기 위해 주스는 대서양 연안 프랑스령 기아나의 유럽우주기지에서 ‘아리안 5’ 로켓에 실려 발사된다.

앞서 미국의 파이오니어, 보이저, 카시니, 갈릴레오, 주노 등 수많은 탐사선이 목성을 다녀갔지만 유럽이 목성 탐사에 도전하는 것은 처음이다.

ESA는 이번 기동에서 앞서 단 한번도 진행하지 않았던 중력 보조 ‘LEGA’(Lunar-Earth gravity assist)를 시도한다. 먼저 달로부터 중력 지원을 받은 뒤, 1.5일 후에 지구에서 두번째 도움을 받는 방식이다. 지구-달 시스템을 통과하며 상당한 양의 추진체를 절약한다는 것이 ESA의 설명이다.

◇’가니메데’ ‘유로파’, ‘칼리스토’…얼음 위성에서 생명체·거주 가능성 찾는다

목성과 갈릴레이 위성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 사진을 한 화면에 합성한 이미지. 칼리스토는 미 항공우주국의 보이저가 1979년 근접비행하면서, 나머지는 갈릴레오 탐사선이 1996년 촬영한 것이다.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제트추진연구소(JPL)/독일 항공우주센터(DLR)
목성과 갈릴레이 위성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 사진을 한 화면에 합성한 이미지. 칼리스토는 미 항공우주국의 보이저가 1979년 근접비행하면서, 나머지는 갈릴레오 탐사선이 1996년 촬영한 것이다.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제트추진연구소(JPL)/독일 항공우주센터(DLR)

지구와 달에 더해 금성의 도움까지 받고 나면 주스는 2031년 목성 궤도에 들어선다. 70개가 훌쩍 넘는 목성의 위성 중 주스의 목표는 얼음 표면 아래에 엄청난 양의 물이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가니메데, 칼리스토, 유로파 3개 위성이다.

주스 목적은 이들 위성의 지각 아래에 큰 바다가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생명체 존재를 확인해 궁극적으로 거주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총 35개의 임무를 띤 주스의 마지막 임무 수행지는 가니메데다. 태양계에서 가장 큰 위성 가니메데는 그만큼 수많은 잠재력을 가졌다. 가니메데의 얼음 표면 아래에 있는 바다는 지구의 바다보다 더 높은 염도를 가졌다는 증거가 허블우주망원경에 의해 발견되기도 했다. 때문에 주스는 4년으로 예정된 임무 기간 중 9개월을 가니메데 조사에 소요한다. 탐사선이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의 위성을 공전하는 첫 사례다.

또 다른 조사대상 유로파와 칼리스토도 얼음위성이다. 1998년 미 항공우주국(NASA)의 갈릴레오 우주선은 유로파의 지표 아래에 액체 바다가 소용돌이 치고 있다는 증거를 감지했다. 유로파의 얼어붙은 지각은 대부분 얼음층으로 구성돼 있다. 그 속에 지구의 바다보다 2배나 많은 물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수중 화산 증거도 발견돼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높아졌다.

◇거대 가스 기업 ‘목성’의 방사선으로부터 살아남는 방법

주스 탐사선에 실린 10개 탐사 장비. 사진=유럽우주국(ESA)
주스 탐사선에 실린 10개 탐사 장비. 사진=유럽우주국(ESA)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주스 탐사선의 해결책. 사진=유럽우주국(ESA)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주스 탐사선의 해결책. 사진=유럽우주국(ESA)

주스 탐사선은 원격 감지와 지형 관측을 위한 10개 탐사 장비와 함께 우주로 간다. 나사와 일본 우주국 등 다양한 국가가 이 탐사 장비 제작에 도움을 줬다.

중력장 측정 장치, 레이저 고도계, 광학 카메라, 자력계, 이미지 분광계, UV 이미징 분광기 등 장비들은 목성의 대기와 자기장, 플라스마 측정부터 3개 얼음 위성의 표면과 내부에 대한 원격 관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임무에 활용된다. 특히 자력계, 입자 탐지기, 플라스마 기기는 자기장을 측정해 바다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고, 무선기기로 중력장을 측정해 위성 내부를 감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가장 큰 방해물은 역시 목성이 내뿜는 매머드급 자기장이다. 태양풍에 따라 다르지만, 목성의 자기장은 평균 2000만km로 태양 직경 약 15배에 달한다.

주스는 이 거대하고 강력한 방사능대에서 살아남아 예민한 탐사 장비들을 지켜내야 한다. 이에 ESA와 나사는 파이오니어, 보이저, 카시니, 갈릴레오 등 앞선 목성 탐사선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위험 검증 모델 ‘JOSE’를 통해 방사선에 피폭되지 않을 최적의 경로를 그려냈다.

◇미국, 중국도 목성 탐사 도전

미 항공우주국이 내년 발사하는 목성 탐사선 ‘유로파 클리퍼’ 포스터.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미 항공우주국이 내년 발사하는 목성 탐사선 ‘유로파 클리퍼’ 포스터.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유럽에 이어 미국, 중국도 목성 탐사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주스 탐사선은 당초 나사와 공동 임무로 계획됐다. 2024년 발사되는 나사의 목성 탐사선 ‘유로파 클리퍼’는 주스보다 1년 앞선 2030년께 목성에 도착해 목성 주위를 돌다가 주스 탐사선과 함께 유로파 내부 바다를 탐사하기 위해 협업할 예정이다.

중국도 화성에 이어 목성 탐사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국가항천국(CNSA)은 지난해 9월 ‘톈원 4’라는 이름의 임무를 통해 2030년경 한 개의 로켓으로 한 쌍의 우주선을 동시 발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형 우주선은 목성으로, 이보다 작은 우주선은 천왕성으로 보내겠다는 설명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