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변화로 미래 시장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변동성이 강하고, 불확실하며, 매우 복잡하고, 모호함이 더할 것이라는 예측만이 가능하다.
더군다나 지금은 국내외 거시경제 환경도 불투명하다.
핀테크도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지금부터는 생존을 위해 내실을 더욱더 기해야 한다. 핀테크는 기술에 방점을 두고 금융변화를 선도해 왔다. 거기에는 애자일(Agile), 데브옵스(DevOps) 등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애자일은 소프트웨어(SW) 개발방법론의 하나다. 고객의 다양한 요구사항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 프로세스를 반복하고 조정한다. 기존에는 개발 생명 주기를 일련의 단계로 나눠서 각 단계를 순차적 또는 선형적으로 진행하는 워터폴(waterfall) 방식이었다. 요구사항은 수집, 분석, 설계, 구현, 테스트, 유지·보수 단계로 구성된다. 각 단계는 이전 단계의 결과를 기반으로 작업이 수행된다. 각 단계가 분리되어 있어서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단계에서의 수정은 불가능하다.
만약 요구사항이 변경되기라도 하면 처음부터 작업을 시작할 수도 있다.
애자일은 원활한 협업과 지속적인 개선을 강조한다. 비즈니스와 개발 등 이해관계자들이 스크럼을 구성해서 수시로 소통하고 협업한다. 스프린트라고 하는 짧은 시간 주기로 분할해서 제품의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참가자의 피드백을 받아서 즉시 개선하는 방식이다. 시장의 빠른 변화에 대응할 수 있고, 나은 제품과 서비스 제공에 유리하다.
애자일과 더불어 등장한 개념이 데브옵스다. SW 개발과 운영을 통합함으로써 둘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커뮤니케이션 및 협력을 강조한다. 개발과 운영이 분리된 과거와 달리 SW를 신속하게 운영 환경에 배포하고, 운영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며, 지속적인 개선과 효율적인 업그레이드를 수행한다.
애자일과 데브옵스 모두 구성원 간 원활한 협업과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한다. 명확한 목표와 방향성을 정하고, 업무 이유를 설명하며, 구체적인 결과물과 기한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적극 소통해야 한다. 특히 업무의 공평함과 유연성 때문에 MZ세대에게도 선호도가 높다. 이런 이유로 두 방식은 개발방법론을 넘어 핀테크의 일하는 조직문화로 정착했다.
지금의 핀테크는 생존이 중요한 시기다. 애자일과 데브옵스가 지금까지 핀테크를 발전시켜 온 원동력이라면 여기에 더해 리더의 집요함과 플랜B가 절실하다. 집요함은 끊임없이 목표를 향해 노력하며, 포기하지 않는 의지다.
리더의 집요함으로 기업을 역경 속에서 성장시킨 애플, 아마존, 테슬라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이들 기업의 리더는 워커사우르스라고 불릴 만큼 고객에 집착하고 제품과 서비스에 집착하며 업무에 집착했다.
플랜B는 애초 계획의 실패에 두려워하지 않고 대안을 마련한 것이다. 사업모델을 과감하게 바꿀 수 있는 유연한 피버팅도 플랜B의 하나다. 플랜B가 있다면 돌발적인 이슈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으며, 목표 달성을 위해 적극적인 대처가 가능하다. 미국의 결제솔루션 스트라이프(Stripe)를 보자. 단 7줄의 결제 코드를 개발해 설립 12년째인 2022년 초 950억달러에 이르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핀테크다. 스트라이프 플랜B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중개자 수수료를 절감시켰다. 모든 결제 수단에 대해 표준 수수료로 스트라이프에게 직접 지불하게 했다. 수수료를 지급하는 기업과 가맹점은 비용이 절감됐다. 스트라이프도 기업도 모두가 윈윈이 된 것이다.
빗방울은 강에 이르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라는 말이 있다. 작은 빗방울이 모여서 시내를 이루고, 그 시냇물이 모여 드넓은 강에 이른다. 핀테크에 비유하면 빗방울처럼 작은 조직이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과정이다. 이를 끌어낼 수 있는 힘, 그것이 지금의 핀테크가 요구하는 리더다. 인재의 중요성을 알고, 그들의 비범함을 통해 현재의 역경을 딛고 미래를 선도하는 유니콘으로 이끌기를 기대한다.
송민택 동국대 겸임교수 pascal@apthef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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