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전원위)가 10일 막을 올렸다. 전원위 첫 날 국회의원 28명이 의견 개진에 나섰다. 여야는 선거제 개편엔 한목소리를 냈지만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등 각종 사안에선 입장차를 드러내며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그간 선거제는 여러 차례 개혁을 위한 논의가 진행됐으나 큰 변화는 없었다. 이번 개혁 논의를 두고서도 선거제 개편의 선택지가 다양하고 이해관계가 복잡하다는 점에서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앞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마련한 결의안은 △도농복합 중대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이 담겼다. 세 가지 안 모두 의석 수는 현행 300명을 유지한다.
김영주 전원위원장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위성정당의 출현을 막지 못해 국민들께 실망과 정치불신을 안겨줬다”며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제도개선을 통한 정치개혁을 이뤄내야 한다는 소명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 토론 주자로 나선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치를 지적하며 “이번에 어떻게든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고 가야 한다”며 “이번 선거법 개혁의 핵심은 정치 다양성 확보에 있다. 권역별 비례든, 대선거구제든 이름은 뭐라 붙여도 상관없다. 선거구를 키워서 나라를 이끌 수 있는 실력 있는 정치인들을 키워달라”고 요구했다.
야당 발언자 대부분은 현행 소선거구제 폐지·비례대표 확대를 주장했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비례대표 의석수 최소한 60석 이상 확보 △비례대표 확대를 전제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전환 △당내 경선 의무화법 통과 등을 제안했다.
김영배 의원은 “현재의 소선거구제로는 대량 사표 막을 수 없다”며 “이제 우리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의 다양한 얼굴이 반영되는 그들의 요구가 반영되는 제도를 만들자”고 말했다.
윤호중 의원도 “비례대표 의원 비율은 국회의원 총 정수(300석)의 4분의 1, 75석은 돼야 비수도권의 의석비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해철 의원도 “소선구제 또는 도농복합제를 검토할 수 있지만 비례대표제만은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며 “비례대표 의석은 현재 47석에서 최소 75석까지는 확충이 필요하다”고 재차 밝혔다.
여당 의원들은 선거제 개편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폐지,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 도입, 의원 정수 축소 등을 주장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서로 싸우기만 하는 국회의원들 숫자를 줄이라는 국민의 함성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며 “위성정당 편법까지 동원한 민주당은 비례대표까지 180석이라는 의석을 차지하자마자 영화 '반지의 제왕'처럼 국회의 협치 전통과 원칙을 무시했다. 핵심은 수도권에서 극단적인 왜곡 현상이 빚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같은당 전주혜 의원 또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폐지를 촉구한다”며 “이는 20대 국회 정치 야합의 산물이었다는 점에서 출발점부터 잘못됐다. 차라리 원점으로 돌아가는 편이 낫다”고 했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현행 선거제는 합의 처리의 대원칙을 깬 헌정사의 오점이 남긴 정치적 사생아”라며 “바람직한 선거 제도는 국민 개개인의 표의 가치가 공평하고 균형있게 의회 구성에 반영되게 하는 것으로, 국민이 선택할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여론조사를 인용 “비례대표 의석을 늘릴 게 아니라 오히려 줄여야 하고 현행 소선구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훨씬 높았다”며 “비례대표제 자체가 아예 폐지돼야 하고 현행 대통령 직선제하에선 소선구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정의당은 이번 선거제의 핵심은 비례대표 숫자를 확대하고 정당 지지율로 의석수를 수렴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국민 정치 의사가 100% 반영되는 정당 명부 비례대표제가 최선으로 보지만, 현행 제도보다 대표성이 높아진다면 어떤 제도도 열어놓고 검토하겠다”고 했다.
전원위는 13일까지 나흘 간 100명의 의원이 발언대에 나선다. 12일엔 선거제 관련 전문가 질의·답변도 예정돼 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