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주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유출된 미국 정부의 기밀 문건에 한국에서 생산한 155㎜ 포탄 등을 옮기기 위한 일정표로 추정되는 문서가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0일(현지시간) CNN 등 보도에 따르면 현재 온라인상에서 공유되고 있는 유출 문건 중 '대한민국 155 운송 일정표(33만)'(ROK 155 Delivery Timeline(330K)) 제하의 문건에는 포탄의 운송 계획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미국 정부의 2급 비밀인 '비밀'(secret)로 표기돼 있는 해당 문서는 올해 2월 27일 작성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여기에는 한국산 155㎜ 포탄 33만발을 유럽 등지로 옮길 경우 사용될 동선과 소요 시간 등이 빼곡히 적혔다.
문서에는 시행명령(EXORD·execute order) 발령 후 10일째 항공편으로 첫 이송을 개시하며 45일째까지 하루 4700여발씩을 옮기게 된다고 기재됐다. 시행명령후 27일과 37일째에는 한국 경남 진해항에서 독일 노르덴함항으로 수송선 한 척씩이 출항해 72일차 전후까지는 해상운송도 마무리 짓는다는 일정을 제시했다.
해당 문건은 포탄 운송의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 다만 앞서 유출돼 미국 언론들에 소개된 기밀의 맥락을 따져볼 때 이들 포탄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앞서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번에 유출된 미국 정부 기밀 문건에 미국이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해달라고 압박하자 한국 정부가 해법을 고심하는 내부논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고 보도한 바 있다.
NYT는 지난달 교체된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 이문희 전 국가안보실 외교비서관 등 외교안보 콘트롤타워의 기밀 대화 내용이 도·감청 등을 통해 미국 군사·정보 당국에 그대로 입수됐다고 전했다.
이 기밀 보고서는 '신호 정보'(시긴트· SIGINT)에 근거한 것이라고 NYT는 덧붙였다. 시긴트는 미국 정보기관이 도·감청 등으로 확보한 정보를 뜻한다.
미국 정부는 미국이 한국 등 동맹을 감청한 정황이 드러난 기밀 문건이 온라인에 유출된 것과 관련해 동맹을 안심시키기 위해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단트 파텔 미국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10일 브리핑에서 한국 내에 미국이 동맹을 감청했다는 비판이 나온다는 지적에 "한국은 역내 가장 중요한 파트너 중 하나이며 우리는 한국과 여러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헌신은 철통같다"며 "미국 당국자들은 미국이 민감한 정보를 담은 문건을 보호하고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보안을 유지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는 점을 안심시키기 위해 동맹 및 파트너들과 고위급에서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 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