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페라리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한다. 현대차·BMW·아우디에 이은 슈퍼카에 OLED가 채택된 것으로, 차량용 OLED 사업 확대가 주목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1일 아산캠퍼스에서 페라리와 함께 차세대 자동차에 탑재될 디스플레이를 개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베네데토 비냐 페라리 최고경영자(CEO)와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슈퍼카에 걸맞게 고급스러우면서도 혁신적인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개발, 공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스펙, 공급 시점, 규모 등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차량 한 대에 복수의 패널을 적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와 페라리의 협력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는 지금까지 현대차, BMW, 아우디 등에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공급했다.
OLED는 유기물 소재를 사용하는 특성상 내구성이 떨어져 자동차에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이 많았는데 최고급을 지향하는 슈퍼카 적용으로 OLED 전환을 앞당기는 중요한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액정표시장치(LCD)가 중심이었다. 계기판이나 센터페이셔 정도에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에서 벗어나 탑승자에게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변모하면서 디스플레이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또 차량 내 정보, 엔터테인먼트 수요 증가에 탑재되는 디스플레이 수량도 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차량용 OLED 시장은 올해 2억6000만달러(약 3400억원)에서 연평균 30% 성장, 2027년 11억1000만달러(1조4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OLED는 특히 휘거나 접을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어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 자동차에 적합한 디스플레이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 같은 추세에 스마트폰에서 쌓은 OLED 기술을 차량용으로 확대하고 있다. 2018년 아우디 첫 양산 전기차 이트론에 OLED를 공급한 데 이어 2021년에는 현대차 아이오닉5 사이드 미러 시스템에 OLED를 적용했다. 지난해 BMW가 공개한 미니 콘셉트카 '에이스맨'에는 13.4인치 삼성 OLED가 탑재됐다.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진입이 까다롭지만 수익성이 높고 안정적인 매출 확보가 가능,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공들이고 있다.
비냐 CEO는 “최고의 OLED를 만드는 삼성디스플레이와 전략적으로 협력, 페라리 차세대 제품의 가치와 완성도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 사장은 “페라리에 걸맞은 최첨단 디스플레이 솔루션을 선보이겠다”면서 “앞으로 페라리를 비롯해 유수의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 협력, 자동차용 OLED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