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에서 수시로 접하는 식품은 어느 분야 못지않게 카피캣(잘 팔리는 제품을 그대로 모방해서 만든 것) 제품이 넘쳐나는 분야다.
최근 삼양식품의 대표 브랜드 '불닭볶음면'을 일본 최대 라면회사인 닛신식품이 그대로 베껴 논란이 일었다. 닛신식품이 봉지라면 '닛신 야키소바 볶음면 한국풍 달고 매운 까르보'와 컵라면 '닛신 야키소바 U.F.O 볶음면 진한 한국풍 달고 매운 까르보'를 출시하면서다.
이들 제품은 삼양식품의 '까르보불닭볶음면'과 패키지 디자인 및 맛을 그대로 흉내 냈다. 패키지 전면에 한국어로 '볶음면'이란 문구를 넣고 한국풍이란 표현도 담았다.
카피캣이 흔해졌지만 이번 논란이 더욱 화제가 된 이유는 따로 있다. 일본 라면 최대 업체이자 인스턴트 라면을 최초로 만든 닛신식품이 한국의 라면업체 제품을 모방했다는 점이다. 닛신과 삼양식품의 과거 인연도 재조명됐다. 1960년대 삼양식품이 닛신으로부터 기술 전수를 거절 당했고, 라이벌인 묘조식품에서 기술을 전수해 한국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이 탄생한 일화가 있다.
국내 식품 기업이 글로벌 기업 제품을 베껴서 지탄받는 사례가 많았지만 이번처럼 주객이 뒤바뀐 경우가 흔하지 않아 화제가 된 것이다. 업계에선 당장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R&D)에 자금을 붓기보다 시장에서 인증된 장수제품을 유지하거나 카피캣 제품을 만드는 게 쉽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실제 국내 식품사 가운데 전체 매출액 대비 R&D비 비중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업체가 대부분이다.
모방 제품이 쏟아지자 인기가 빠르게 식은 사례도 있다. 해태제과가 지난 2014년 출시한 '허니버터칩'이 대표적이다. 허니버터칩은 출시 당시 3개월 만에 100억원을 돌파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단일 제품으로 낸 단기간 성과로는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이후 경쟁사들이 미투 제품을 우후죽순 출시하면서 초반 흥행 열기는 생각만큼 오래가지 못했다.
중국 정보기술(IT) 회사 텐센트의 마화텅 회장은 “모방은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혁신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모방작이 원조를 뛰어넘는 사례도 분명 있으며, 때로는 전체 산업을 키우는 모멘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모방 전략이 장기적으로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역기능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품질을 등한시하고 유사 제품만으로 마케팅해서 포장한다면 그 기업의 지속이 가능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벤치마킹과 카피 경계는 모호하다. 그럼에도 원조가 대우받고 공들여 신제품을 개발한 기업에 더 큰 이익과 영광이 따라야 하는 것은 다양하다. 단순히 모방만 해서는 잘해도 항상 2, 3인자 지위에서 더 도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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