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 중심 '의사과학자' 양성은 앞으로 20~30년 뒤를 생각한다면 꼭 해야 할 일입니다. 아직 의학계에서 부정적 시선이 있지만 향후 젊은 의사들에게도 새로운 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사과학자 양성 준비작업에 앞장서고 있는 김하일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KAIST의 '새로운 시도'가 나라에 큰 이득을 가져올 것이라고 역설했다. 산업계는 물론 기존 의사들에게 또 다른 선택지를 줄 수 있다고 했다. 의사과학자는 의사 자격을 갖췄지만 임상이 아닌 연구개발(R&D), 산업 영역에 종사하는 과학자다.
KAIST는 이미 의사를 의사과학자로 양성하는 의과학대학원을 운영 중인데 이를 넘어 처음부터 의학과 공학적 지식을 함께 배양하는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추진 중이다.
배출 인재들은 각종 헬스케어 기술개발 등 전도유망한 분야 활약이 전망된다.
김 교수는 “의과학대학원 학생들이 생명과학 분야에는 잘 적응하고 뛰어난 연구성과를 내고 있지만 공학 분야에서는 기본지식이 부족해 적응이 어려웠다”며 “처음부터 의학과 공학을 함께 배우는 과기의전원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의사로서 공학을 흡수하는 것과 의학·공학을 함께 배우는 것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올여름 기획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고, 실무적인 일도 진행 중이다. 김 교수는 “교수 인력도 확충 예정이고, 임상 교원도 원자력의학원 등과 협력하는 안이 있다”며 “문지캠퍼스로 자리를 옮겨 인프라 확충안도 동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관건은 정부로부터 '의대 정원'을 받는 일이라고 했다. 의사과학자를 비롯한 의사 양성에 필수다. 김 교수는 “만약 올해 안에 정원을 받으면 2026년에는 학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의사들의 일부 부정적 시각이 아쉬운 상황이다. 오랜 의학계 이슈기도 한 '의대 정원 확대' 사안과 결부해서다. KAIST의 의사과학자 과정이 또 다른 임상의 배출 코스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담겼다.
김 교수는 이는 '불필요한 오해'라며 아쉬워했다. 현재 의대 정원 논의는 의료인력 수급에 대한 문제지만 의사과학자 양성은 이와 무관한 미래를 준비하는 문제고 전적으로 '공학'에 집중한 인력 양성에 초점을 둔다고 강조했다. 그는 “입학 시 과하다 싶을 정도로 따져 임상의가 목적인 이들을 배제할 계획으로, 또 임상의가 되면 기존 전액 지원된 학비 환수 등도 고려 중”이라며 “임상의 양성은 애초에 KAIST와 맞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KAIST가 장차 성공하면 기존 젊은 의사들에게도 연구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외부의 일부 부정적인 시선이 있고, 고충도 있지만 자신의 길을 꾸준히 걷겠다고 했다. 나라를 위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늘 의사과학자 중요성을 강조한 은사(고 허갑범 연세대 교수)의 뜻을 되새기고 이광형 KAIST 총장 지원과 격려에 힘입어 지금까지 왔다”며 “공학적 기반, 국내 최고 의사과학자 양성기관으로서 성공 경험, 연구환경을 두루 갖춘 KAIST가 의사공학자와 과학자 양성에 성공해 관련 국가 R&D와 산업을 한층 다채롭게 하는 데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