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베단타그룹이 반도체·디스플레이를 생산하기 위해 한국 소재·부품·장비 업체와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카쉬 헤바 베단타그룹 글로벌 매니징 디렉터는 13일 본지와 만나 “한국 기업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경험이 있다”며 “한국 우수 기업과 팹(공장)을 구축하고 향후 양산 등에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단타그룹은 연매출 170억달러(약 22조원)가 넘는 인도 대기업이다. 천연자원 개발을 통해 석유, 가스, 구리, 철광석, 재생 에너지 및 디스플레이 유리 등을 생산하고 있다.
첨단 제조 산업을 육성하려는 인도 정부 전략에 따라 베단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디스플레이는 2026년, 반도체는 2027~2028년부터 본격 양산하기 위해 폭스콘, 이노밸리 등과 합작사를 설립했다.
헤바 디렉터는 “대만 기업과 합작사라는 이유로 대만 소·부·장 기업이 우선권을 갖진 않을 것”이라며 “기술·연구개발(R&D) 능력에 따라 파트너십이 정해지고 협의에 따라 합작사 설립, 지분 투자를 통해 과반수·소수 지분 확보, 기술 협력 등 다양한 형태로 협업과 상생을 도모하겠다”고 강조했다.
베단타그룹은 올해 연말 인도 첫 반도체·디스플레이 팹 착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인도 북서부지역 구자라트주에 위치할 반도체 팹에는 80억~100억달러를 투입, 300㎜ 웨이퍼 반도체 생산능력(캐파)를 갖춘 28나노(㎚) 파운드리와 반도체 후공정(OSAT) 시설을 구축한다. 디스플레이 팹은 30억~40억달러를 투입, 월 6만장 정도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베단타는 디스플레이용 글라스를 생산하는 계열사(아반스트레이트)도 보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투자금은 상당수 인도 정부가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 등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성공적인 생태계 조성을 위해 외국계 기업과 참여도 허용했다. 인도 정부는 15년 뒤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이 인도 국내총생산(GDP) 10%를 차지할 수 있도록 생태계 조성과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도 GDP는 2021년 기준 3조1734억달러다.
베단타는 반도체·디스플레이 팹 구축을 위해 150개 이상 해외 기업 유치를 목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파트너 기업에 적극적인 투자도 강조했다. 헤바 디렉터는 “빠른 시일 내 협업 관련 의견이 일치한 한국 기업과 업무협약(MOU)을 체결, 팹 구축을 함께 준비할 것”이라며 “든든한 우군이 되겠다”고 말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