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ICT 개방압력 단호하게 대응해야

[사설]ICT 개방압력 단호하게 대응해야

미국이 우리나라 공공 소프트웨어(SW), 보안, 클라우드 등 정보통신기술(ICT) 시장 개방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023년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SW진흥법, 공통평가기준(CC) 인증,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 등을 무역 장벽으로 명시했다. 국내 제도가 미국 기업의 한국 시장 진출 확대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개정된 보안적합성검증 제도와 올해 초 변경된 클라우드보안인증(CSAP) 제도는 미국 기업에 문호를 확대한 조치라는 게 주지의 사실이다. 최대 수혜자가 미국 기업으로, 개정 당시 국내 기업은 역차별을 호소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USTR는 우리나라의 잇따른 제도 개선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소식에 국내 기업의 우려는 고조되고 있다. USTR 보고서를 시작으로 미국이 본격적으로 압력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자국우선주의 기조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반도체지원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통해 노골적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경쟁국을 견제하고 있다. ICT 분야는 이 같은 기조에서 예외가 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만에 하나 미국의 ICT 개방 요구가 관철되면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ICT 분야의 경쟁력 저하는 불을 보듯 분명해진다.

미국의 압박 수위를 예단할 순 없지만 정부가 단호하게 대응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그래야만 SW와 보안·클라우드 등 ICT 정책 자율성, 나아가 ICT 주권 훼손을 방지할 수 있다.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없다는 확고한 입장 정리가 우선이다. 미국에 제도 개선의 취지를 설명하고 수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존 제도를 고수할 수 있도록 확실하게 종지부를 찍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