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구르기하는 난쟁이갈대뱀. 사진=에반 셍 왓 콰](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3/04/13/cms_temp_article_13172737488909.jpg)
수많은 종이 뒤엉킨 동물의 왕국에서 동물들은 쉽게 위험에 노출되고, 이를 피하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이 중에서 뱀은 ‘쉬익’하는 소리로 상대를 위협하거나, 주변 환경과 비슷한 모양으로 위장하고, 냄새, 죽은 척 등으로 위기를 모면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난쟁이갈대뱀(dwarf reed snake; 학명 Pseudorabdion longiceps)은 일반적인 뱀과 다른 위기모면 방법을 보여줘 이목을 집중시켰다. 바로 몸을 수레바퀴처럼 둥글게 말아 순식간에 굴러가는 방법이다.
![앞구르기하는 난쟁이갈대뱀. 사진=유튜브(ARasky Outdoors) 캡처](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3/04/13/cms_temp_article_13172744919219.gif)
![앞구르기하는 난쟁이갈대뱀. 사진=유튜브(ARasky Outdoors) 캡처](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3/04/13/cms_temp_article_13172757722961.gif)
영국 BBC·미국 CNN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연구팀은 지난 2019년 난쟁이갈대뱀이 독특하게 도망치는 모습을 처음 관찰하고 이를 연구한 결과를 지난 5일 과학저널 ‘바이오트로피카’에 게재했다.
난쟁이갈대뱀은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발견되는 작은 몸집을 가진 야행성 뱀이다.
연구팀은 지난 2019년 말레이시아에서 다른 파충류를 관찰하던 중 근처에서 우연히 난쟁이갈대뱀의 독특한 도망을 보고 행동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팀은 “난쟁이갈대뱀은 고리모양으로 몸을 구부려 앞으로 던지기 시작했고, 탈출하기 위해 굴렀다. 5초도 되지 않아 1.5m를 이동했다”고 전했다.
![난쟁이갈대뱀이 굴러서 도망치는 모습. 사진=에반 셍 왓 콰](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3/04/13/cms_temp_article_13172808254988.jpg)
낮에는 나뭇잎 더미나 바위, 통나무 등에 숨어 살지만 워낙 몸집(몸길이 최대 23cm)이 작은 탓에 항상 위기에 놓여있다. 포식자들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난쟁이갈대뱀이 선택한 방법이 바로 ‘앞구르기’인 것이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에반 셍 왓 콰 말레이시아 사바대학 연구원은 “이 행동으로 뱀은 비탈길을 재빠르게 내려가고, 경사에 따라 속력을 높일 수 있다”며 “다만 평지에 놓아주었을 때도 굴러가는 동작을 여러번 반복했다”
다만 이 도망기술은 오래 써먹지 못한다. 콰 연구원은 “이러한 행동은 신진대사에 매우 부담되기 때문에 뱀은 이를 오랫동안 지속할 수 없으며 보통 몇 초밖에 지속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경사면에서 몸을 굴리는 도피 행동은 나방 애벌레나 사막 거미, 두꺼비 등 일부 동물에게서도 종종 목격된다. 연구팀은 이 행동이 난쟁이갈대뱀 뿐만 아니라 같은 속 다른 종인 갈대뱀에게서도 발견될 지 확인할 예정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