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종이 뒤엉킨 동물의 왕국에서 동물들은 쉽게 위험에 노출되고, 이를 피하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이 중에서 뱀은 ‘쉬익’하는 소리로 상대를 위협하거나, 주변 환경과 비슷한 모양으로 위장하고, 냄새, 죽은 척 등으로 위기를 모면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난쟁이갈대뱀(dwarf reed snake; 학명 Pseudorabdion longiceps)은 일반적인 뱀과 다른 위기모면 방법을 보여줘 이목을 집중시켰다. 바로 몸을 수레바퀴처럼 둥글게 말아 순식간에 굴러가는 방법이다.
영국 BBC·미국 CNN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연구팀은 지난 2019년 난쟁이갈대뱀이 독특하게 도망치는 모습을 처음 관찰하고 이를 연구한 결과를 지난 5일 과학저널 ‘바이오트로피카’에 게재했다.
난쟁이갈대뱀은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발견되는 작은 몸집을 가진 야행성 뱀이다.
연구팀은 지난 2019년 말레이시아에서 다른 파충류를 관찰하던 중 근처에서 우연히 난쟁이갈대뱀의 독특한 도망을 보고 행동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팀은 “난쟁이갈대뱀은 고리모양으로 몸을 구부려 앞으로 던지기 시작했고, 탈출하기 위해 굴렀다. 5초도 되지 않아 1.5m를 이동했다”고 전했다.
낮에는 나뭇잎 더미나 바위, 통나무 등에 숨어 살지만 워낙 몸집(몸길이 최대 23cm)이 작은 탓에 항상 위기에 놓여있다. 포식자들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난쟁이갈대뱀이 선택한 방법이 바로 ‘앞구르기’인 것이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에반 셍 왓 콰 말레이시아 사바대학 연구원은 “이 행동으로 뱀은 비탈길을 재빠르게 내려가고, 경사에 따라 속력을 높일 수 있다”며 “다만 평지에 놓아주었을 때도 굴러가는 동작을 여러번 반복했다”
다만 이 도망기술은 오래 써먹지 못한다. 콰 연구원은 “이러한 행동은 신진대사에 매우 부담되기 때문에 뱀은 이를 오랫동안 지속할 수 없으며 보통 몇 초밖에 지속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경사면에서 몸을 굴리는 도피 행동은 나방 애벌레나 사막 거미, 두꺼비 등 일부 동물에게서도 종종 목격된다. 연구팀은 이 행동이 난쟁이갈대뱀 뿐만 아니라 같은 속 다른 종인 갈대뱀에게서도 발견될 지 확인할 예정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