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국가 교통안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현재까지 여덟 차례 교통안전기본계획, 세 차례 철도안전종합계획을 수립해 교통안전을 꾸준히 개선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철도부문 안전관련 주요지표는 선진국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 중 철도사고 사망자 비중은 점차 감소해 철도 안전수준이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최근 잇따라 발생한 철도 안전사고는 사상 사고 등 중대 사고로 연결돼 철도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철도 차량은 마찰이 적은 레일 위를 주행하는 거대한 이동체로 고속철도 차량인 KTX의 경우 길이가 388m, 총 중량이 692톤, 최고 주행속도에서 제동거리는 3㎞에 이른다. 따라서 철도 차량이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도록 인적오류를 최소화하는 자동화 기술 개발이 매우 중요하다.
초기에는 열차 과속 방지를 위해 자동으로 속도를 제어했으며, 이후 정거장 플랫폼에서의 출입문 제어, 속도 프로파일에 따른 열차의 가감속 제어 그리고 무선통신으로 열차 안전 간격을 제어하는 CBTC(Communication-Based Train Control) 무인운전까지 열차 운행 안전성 향상을 위해 고도화된 기술들이 적용됐다. 하지만 철도 운영에 필요한 차량과 인프라 유지보수는 여전히 사람이 직접 하는 부분이 많아 인적 오류로 인한 사고뿐 아니라 철도 종사자 안전사고가 멈추지 않고 있다.
소화(消火)는 가연 물질이 산화 반응에 따른 열과 빛을 내는 연소 현상 즉, 화재를 발생시키는 요인을 제거해 불을 끄는 것을 이른다. 안전교육으로 익히 알고 있는 소화 원리와 같이 철도 안전도 위험 요인을 제거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작업하다 보면 주변 상황을 인지하지 못해 위험한 상황에서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위험한 작업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위험한 작업 중 하나가 차량정리역에서 철도 차량을 연결, 분리해 열차를 조성하는 입환이다. 지난해 오봉역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망 사고도 여기에서 일어났는데, 정부에서는 지난 1월에 철도 안전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제도 개선뿐 아니라 인력 중심 업무를 자동화, 첨단화하는 첨단 유지보수 체계구축 관련 내용이 들어 있다. 따라서 정책 및 운영기관에서는 차량정리역에서 수동으로 취급하던 선로전환기를 자동방식으로 전환하고, 무선 입환시스템 도입 등을 추진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작업자가 현장에서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철도 신호시스템과 연계해 차량과 인프라를 원격 제어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오봉역 사망사고 원인으로 지적된 수동 선로전환기 전환 작업 안전성과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려면 개발 중인 선로전환기 원격 무선제어 장치 기술 개발 등이 중요하다. 아울러 현재 기획 중인, 차량 운전실에 운전자가 탑승하지 않고도 운전실에 운전자가 있는 상황과 동등하게 안전수준을 유지하는 철도 차량 원격운전 기술 개발도 주목할만하다.
이러한 원격 제어 기술은 무선통신을 활용하므로 바이탈 정보 위변조 방지가 필수인데, 이러한 통신보안기술은 이미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서 기술 개발을 완료했다. 앞으로 유지보수 첨단화 기술은 철도 차량 및 인프라의 유지보수를 위한 검수 장비 자동화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철도 노선 확장과 고속화로 수송 분담 비중이 확대돼 온 철도는 이제 탄소중립을 위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이와 함께 철도 이용객의 편리함과 안전뿐 아니라 철도 종사자의 안전에 대한 인식을 더욱 개선하고 안전한 철도교통, 안전한 작업 환경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기술·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락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스마트전기신호본부장 rgjeong@kr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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