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변화의 흐름을 설명하는 여러 키워드 중에 데이터 경제라는 말이 있다. 이 데이터 경제 흐름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일례로 2020년 5월 샤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는 '빌드 2020' 기조 연설에서 코로나19가 가져온 디지털 전환에 대해 “2년 걸릴 디지털 전환이 단 두달 만에 이뤄졌다”고 평가한 바 있다. 산업 각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면 반도체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5세대(5G) 이동통신을 비롯해 모든 첨단산업에서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전문가들이 반도체 수요를 보다 크게 예상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다름 아닌 AI 발달이다. 최근 챗GPT를 기반으로 AI 사용이 관련 전문가를 넘어 일반인들 사이에서 큰 폭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이는 반도체 수요의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게 만드는 흐름이다. 그동안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연산을 요구하는 주체는 철저히 사람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AI를 기반으로 한 각종 기기도 데이터 연산을 요구하는 주체로 등장한 것이다.
AI가 사용하는 데이터의 양은 우리 인간이 요구하는 양보다 훨씬 방대한 양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 인간은 직관적으로 정답이 어디에 있는지 사전에 유추해 해당 부분에 대해서만 정보를 취득해 결과를 얻어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AI 경우에는 아주 간단한 연산 내지 결과값을 도출하려고 해도, 막대한 정보를 취합하는 특수성으로 인해 데이터 연산의 양이 훨씬 많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데이터 네트워크를 구현하는 방식 자체에도 변화가 유발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표하는 자율주행자동차, 스마트시티, 스마트펙토리 등은 데이터 처리가 실시간으로 이뤄져야 하며, 정확도 역시 100%를 추구해야 할 상황이 됐다.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하면 우리 일상 생활 속에서 즐겨 보는 유튜브만 하더라도 동영상 구현에 2~3초 정도 지연이 발생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대부분 큰 문제라 인식하지 않고 잠시 기다렸다 해당 동영상을 열람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다르다. 자율주행자동차가 2~3초 데이터 처리 지연이 발생했다고 생각해 보자. 이는 교통사고로 이어져 큰 피해를 유발할 수도 있다. 이는 자율주행자동차에 국한하지 않는다. 스마트펙토리 공장에서 데이터처리에 미묘한 지연이 발생할 경우 이는 제품 하자로 바로 이어져 직접적인 경제적 피해를 유발한다.
이러한 상황은 현재와 같이 일부 빅테크 기업 중앙 서버에 의존하는 데이터 처리는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정확도를 뒷받침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확인시켰다. 데이터 연산에 있어 각종 디바이스 단위에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수 있는 환경이 도래했고, 엣지컴퓨팅 기술 대두와 각 디바이스 단위의 제조사 역할과 위상이 높아질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은 자신들의 중앙 서버 방식 데이터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고, 이를 위해 각 국가 내지 지역별 이동통신사와 협력 관계 구축을 통해 데이터 연산 지원 체계를 갖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앞서 열거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변화는 아직 본격화되지 않는 흐름이다. 현재 미국 빅테크 기업과 여타 기업 추진 속도가 그 어느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 중심에 서 있을 회사가 어디인지 향방이 주목된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