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이 새롭게 마련하거나 개정한 기술규제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전기전자 및 탄소중립 분야에서 기술규제를 강화하는 데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생활용품 등에서 진입 장벽을 높였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WTO 회원국들이 제·개정한 무역기술장벽(TBT)은 총 112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1995년 WTO 출범 이래 1분기 기준 가장 많다. 지난해 915건과 비교해 200건 이상 급증하면서 2021년(1030건) 이후 2년 만에 1000건을 훌쩍 넘었다.
TBT는 국가 간 서로 다른 기술규정과 표준, 시험인증절차 등에 따라 상품 이동을 저해하는 무역 장애요소다. 핵심 내용이 투명하지 않거나 과도한 규제 등에 따라 해당 국가에 수출하는 기업들이 예상하지 못한 피해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시행일이 급박한 기술규제는 기업의 악성재고 증가를 촉발할 우려가 높다.
국표원에 따르면 미국이 제·개정한 기술규제 가운데 33건은 에너지 효율 관련 등 전기전자 분야로 분석됐다. EU는 농약·비료 등 화학물질 관련 규제 14건을 제·개정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탄소중립 관련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하는 추세를 보였다.
우간다, 탄자니아, 르완다, 케냐, 부룬디 등 5개국이 참여한 동아프리카 공동체(EAC)는 섬유·가구·문구 관련 생활용품과 식의약품에서 무려 576건 기술규제를 제·개정하면서 전체 TBT 증가에 영향을 줬다. 아프리카 대륙의 기술규제는 지난해 1분기 295건에서 2배 이상 늘었다.
산업별 1분기 TBT는 식의약품이 497건(44.3%)으로 가장 많았다. 생활용품(157건, 14%), 화학세라믹(152건, 13.5%) 등이 뒤를 이었다.
각국은 기술규제를 제·개정한 목적으로 △소비자 정보 제공 및 라벨링(332건, 29.5%) △보건과 안전(208건, 18.5%) △기만적인 관행의 예방 및 소비자 보호(123건, 10.9%) 등을 꼽았다.
진종욱 국표원장은 “나날이 복잡·정교해지는 TBT에 범부처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식의약품과 화학세라믹 등 주요 TBT 관계 부처로 구성한 대응 협의회에서 현안을 공유하고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등 긴밀하게 소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