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조6145억원. 중소벤처기업부 소관 창업투자회사와 벤처투자조합, 금융위원회 소관 신기술투자조합과 농림수산식품부 소관 투자조합 그리고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 투자를 모두 더한 지난해 전체 벤처투자 실적이다. 중기부가 집계한 6조7640억원에 비해 2배 이상 큰 규모다. 전년 대비 3조4113억원 투자가 감소했다. 감소폭 역시 2배 이상 크다.
벤처투자업계 안팎에서는 정부의 불확실한 벤처투자 통계 집계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최근 취임한 윤건수 벤처캐피탈협회장도 정확한 벤처투자 데이터 구축을 취임 일성으로 강조했을 정도로 벤처투자업계의 요구가 크다.
중기부가 집계하는 벤처투자 통계는 전체 실적의 절반에 불과하다. 소관 부처마다 발표 시점이 다른데다, 발표 시점도 분기 단위여서 시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더브이씨,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등 민간 영역에서 매달 언론 보도 등을 바탕으로 자체 집계한 별도 벤처투자 데이터를 발표하기 시작한 것도 중기부가 월 단위 통계집계를 분기 단위로 변경한 이후부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투자심리 위축이 본격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모태펀드 예산 출자는 감소했다. 민간주도 벤처투자시장을 만들겠다는 목표에서다. 하지만 당시 민간 벤처투자 시장에서는 이미 신기술투자조합을 중심으로 투자 규모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중기부 1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된 4월이 되어서야 뒤늦게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준비하는 것 역시 시의성 있는 데이터 확보와 분석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불거진다.
벤처투자 시장의 통계 부실은 이미 수년째 이어져온 문제다. 2019년 벤처캐피탈협회를 중심으로 기관별로 흩어져 있던 투자 통계를 처음으로 취합했다. 하지만 벤처투자 시장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 등으로 인해 제대로 된 분석은 이뤄지지 못했다. 연간 투자 실적을 취합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중기부는 올해 중 분기 단위로 발표 시점을 개편할 계획이지만 제한된 정보 등으로 인해 면밀한 투자 현황 분석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벤처투자 통계가 통합되면서 오히려 여신금융협회에서도 분기 단위 발표를 감췄고, 중기부 역시 월 단위 발표를 분기 단위로 재편하기 시작했다”면서 “서로 실적 경쟁에 급급해 데이터를 민간에 더 공개하기 보다는 주도권 경쟁을 하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벤처투자업계에서는 이번 투자 위축을 계기로 투자 정보 취합은 물론 시장 분석 역시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액셀러레이터 투자 실적은 물론 최근 부쩍 증가하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전환사채(CB), 상환전환우선주(RCPS) 등 투융자복합기금투자, 중규모 사모펀드의 벤처투자까지 시장 전체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의 전략적투자(SI)와 증권사 프리IPO 투자 등 투자 방식에 대한 분석 역시 벤처투자업계 선진화를 위해 필수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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