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이들이 그리는 유쾌한 홈리스 국가대표 도전기 '드림'이 등판했다.
'극한직업'(2019) 같은 이병헌 감독 특유의 말맛만을 기대했다면 실망하겠지만, '뒤처진 곳에서 보통을 향해 가고 싶은 이들'의 스포츠 영화로 본다면 합격점이다.
영화 '드림'은 개념 없는 전직 축구선수 홍대와 열정 없는 PD 소민이 '집 없는' 오합지졸 국대 선수들과 함께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2010년, 한국팀이 첫 출전한 홈리스 월드컵 실화를 모티브로 한다. 홈리스 월드컵은 사회 단체인 홈리스 월드컵 재단이 노숙인들의 노숙 생활 종식을 응원하는 의미로 주최하는 연례 협회 축구 대회다.
영화 초반은 "미친 세상에 미친X으로 살면 그게 정상아냐?", "눈이 참 예쁘네", "쌍수 했어요" 등 이 감독 특유의 유쾌한 말맛이 난무하며 외국 영화에서는 느끼지 못할 재미를 전달한다. 특히 기자의 눈을 찌르는 전례없는 폭행을 저지른 축구선수 '홍대'(박서준 분)와 온라인 상에 퍼져나가는 '밈'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해 웃음을 더한다.
여기에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하지만 열정페이를 받아 열정도 사그라든 '소민'PD(이지은 분), 예측할 수 없는 감정 변화의 앵그리 키퍼 '문수' 등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각자의 매력을 뽐낸다.
홍대를 포함한 선수들 각각의 사연은 언젠가 들어본 것처럼 뻔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이다. 이런 '신파'식 전개는 영화에서 가장 크게 호불호가 나뉘겠지만 이는 이 감독이 너무 희극적으로 다루지 않으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이 감독은 "홈리스 월드컵이 편견을 줄 수 있고 지루할 수 있어 코미디가 필요했지만, 소외계층을 다루는 만큼 너무 희극적으로 다가갈 수 없기 때문에 그 정도를 조율하는 게 가장 큰 숙제였다"고 전했다.
영화가 전개될수록 코미디는 줄어들고 대신 그 빈 자리는 감동이 메운다. 오합지졸 캐릭터들이 하나로 뭉쳐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전형적인 스포츠 영화 식 전개다.
엄청난 예산이 투입된 블록버스터도, 화려한 액션이 난무하는 액션도, 수십년만에 속편으로 향수를 일깨우는 영화도 아니지만, 스트레스없이 가뿐한 마음으로 나설 영화를 찾는 관객에게는 안성맞춤이다.
홈리스 축구팀의 꿈을 향한 도전을 그린 영화 '드림'은 오는 26일 개봉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25분.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