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가 다음 달부터 선이자 예금 상품 계좌 제한을 없앤다. 1조원이 넘는 예금을 단기간에 유치할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뱅크런 이후 불거진 '유동성 위기' 논란을 넘어 건전성을 높이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토스뱅크에 따르면 다음 달 17일부터 '토스뱅크 먼저 이자 받는 정기예금'(이하 '선이자예금) 계좌 개설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3개월, 6개월 만기로 연 3.5% 이자를 지급하는 이 상품은 지금까지 1인당 한 계좌(계좌당 10억원 한도)만 허용해 왔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출시 이후 계좌를 더 개설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고객의 요청이 많았다”면서 “예금 가입 수요를 고려, 다음 달부터 계좌 개설에 제한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이자예금에 몰린 자금은 4월 현재 7500억원이다.
지난달 24일 출시 이후 1개월도 안 돼 자금이 대거 몰렸다. 추세를 보면 계좌 한도 폐지 전에 이미 1조원이 넘는 금액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자를 먼저 지급하는 금융상품이 그동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단기간에 이 정도 규모로 예금을 모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시중 자금이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존 은행들이 하지 않는 영역을 과감하게 파고든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선이자예금은 출시 이후 토스뱅크에 '양날의 검'이었다. 토스뱅크는 지난달 이 상품을 출시하며 '자금이 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선이자 지급이라는 파격적인 상품을 통해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려 한다는 지적이었다.
이보다 앞서 미국에서 SVB가 뱅크런으로 파산하는 사태가 일어나면서 국내에서도 인터넷 은행에 대한 불신이 확산하고 있었다. 특히 토스뱅크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율이 시중 은행에 비해 높고 지난해 2644억원 당기 순손실을 기록한 점도 소문에 불을 지폈다.
논란이 확산하자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가 직접 나서서 해명하기도 했다. 홍 대표는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 5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동성 우려나 뱅크런에 대해서는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토스뱅크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토스뱅크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833.5%다. 평균 100%인 시중 은행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3월 기준 여신 규모는 9조3000억원, 수신은 23조2000억원으로 안정적이다. 특히 여신 규모는 지난해 3월에 비해 4배 가깝게 늘어 하반기에는 흑자도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선이자는 어차피 지급할 비용을 먼저 주는 것이어서 재무적으로 문제가 없고, 해당 상품의 예금 유지 비율도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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