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X재단이 대기업부터 지역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탄소감축 성과를 간편하게 측정·관리할 수 있도록 디지털전환을 가속화한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온도 1.5도 상승에 도달하는 마지노선이 2030년 전후로 앞당겨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 정신으로 모든 기업이 당장 기후행동에 나서도록 자발적 기후성과시스템을 확산한다.
재단은 26일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리는 '리월드포럼(Re World Forum)'에서 디지털 기술 기반 탄소감축 생태계 구축 청사진을 제시한다. 기업별 동종 산업 평균과 비교해 탄소감축 성과를 5등급으로 인증하고,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로 온실가스 배출량 산출 완성도를 높인다. 탄소 배출량이 평균 이하면 정부나 금융기관이 혜택을 주고 평균 이상이면 자발적 탄소배출 감축을 유도하는 사회적가치 추구 캠페인을 전국 지자체 단위로 확대한다.
전하진 SDX재단 이사장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대재앙을 막기 위해 한민족의 홍익인간 정신을 인류에 전파할 때”라면서 “인류와 지구가 풍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지구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전환 기술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전환을 선도하는 동시에, 작은 기후행동의 대규모화를 주도하고 있는 벤처 1세대 주역 전하진 SDX재단 이사장을 만나, 기후위기 시대 민간주도 자발적 탄소감축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2년 전 'SDX재단'으로 재단명을 바꾼 계기는.
▲기후위기가 점점 우리 삶을 압박하고 있는데 지금과 같은 정부가 주도하는 규제 중심의 탄소감축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디지털전환(DX)기반의 지속가능발전(SD)을 추구한다는 목표 아래 재단명을 에스라이프재단에서 SDX재단으로 바꾸고 정식으로 이사장에 취임해 새 출발했다.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정점을 기록한 2018년 대비 9.8% 감소하는데 그쳤다. 2030년까지 40% 감축해야 하는데, 현실적 한계가 있다.
▲1990년부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지속됐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제가 멈춰섰던 2020년 전후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배출총량이 줄었던 적이 없다. 팬데믹 이후 경제가 정상화되면서 다시 온실가스배출량을 늘어나고 있고, 최근에는 지구온도 1.5도 상승 도달시기가 2040년 전후에서 2030년 전후로 예측되는 등 그 시기가 점점 당겨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 시스템을 유지하는 한 온실가스배출량을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 지적한다.
-지구온난화 마지노선이 계속 앞당겨지고 있어, 게임체인저가 될 기후테크가 등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동의한다. 인류는 하나밖에 없는 지구생태계의 일원으로 모든 생물종과 함께 공존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그러한 의식을 갖지 못한다. 한쪽에서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기아로 허덕이고 있음에도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익만을 위해 하나밖에 없는 터전이 망가지는 것도 상관하지 않는다. 마치 숙주를 파괴하고 스스로도 죽음에 이르는 암세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개인주의, 자국우선주의가 기후위기를 초래했다.
20대 청년이 된 인류는 성장을 위해 혹사했던 생태계를 복원해야한다. 이것을 촉진하는 것이 바로 기후기술이다. 향후 10년간 기후기술의 성과가 입증되면 세계에 엄청난 시장이 열릴 것이다. 지속가능한 생태계로 복원을 하지 못하면 인류는 결국 파국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기후기술에 대한 관심은 최고조에 달하고 그 시장은 전 지구촌으로 확대될 것이다. 기후산업은 향후 10년 간 경제를 지배할 것이다.
과거 닷컴 열풍이 불면서 디지털 세계를 열었다. 15년 전 쯤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들어 전 인류가 하나의 공동체 문화를 형성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다음은 생태계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기후기술의 시대가 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인류가 운명공동체임을 인식하고 보다 성숙한 문명세계로의 도약을 위한 디지털전환 작업이 가속화될 것이다. 이는 분리된 것이 아니라 결합된 형태로 발전될 것이다. 디지털전환 기반의 기후기술이 각광받을 것이다.
-작은 기후행동이 하나하나 모여 대규모화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진정으로 기후위기를 극복하고자 한다면 지금과 같은 경제방식은 축소되어야 하며, 탈성장을 선언해야 하고, 경제성장률도 새로운 지표를 포함시켜야 한다. 전기료도 인상하고 기름소비도 억제하고 생산도 억제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을 펼치는 국가는 없다. 마치 술을 마시면서 알콜 중독을 해결하자는 것과 다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책을 펼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양적성장을 하면서 탄소를 줄이자는 것인데 이런 이율배반적인 정책으로 기후위기 문제가 해결될리 없다.
결국 지속가능한 지구생태계를 조성하려면 우리 모두가 기후행동에 나서야 한다. 감축량이 미미할지 몰라도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처럼 우리 모두 소비를 줄이고, 탄소를 줄이고, 물을 아껴쓰는 기후행동을 할 때 경제는 축소되고, 지금과 같은 양적 소비, 물질 소비에서 질적 소비, 정신적 소비와 같은 새로운 산업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문명의 대전환을 이뤄야 한다.
지난 수십 년간 우리의 삶의 방식은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많이 달라졌다. 이제는 스마트폰이 몸의 일부분이 됐다. 조만간 AI나 로봇은 더 가깝게 우리를 대신해 육체활동이나 지적활동에 참여할 것이다. 이럴수록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바로 정신적 사회적 가치다.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 정신을 추구하는 것이다. 비로소 인류가 풍요롭게 공존해야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를 위해 기후행동이 필수다. 기후행동은 공동체 의식이 없이는 시작할 수 없다. 기후행동이 반복될수록 공동체의식은 확장된다. 지구촌 모든 이가 기후행동을 하면 지구공동체를 구축할 수 있다. 디지털전환 기반의 기후행동은 매우 의미가 있으며 과거 인터넷시대, 스마트폰 시대가 불과 10여 만에 전 세계로 확산됐듯 몇 년이면 지구촌 전역으로 확산돼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문명으로의 도약에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현 시대에 필요한 홍익인간의 DNA를 가지고 태어난 유일한 민족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외환위기 때 보여준 '금모으기 운동'이 그 예다. 금모으기가 외환위기 극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기보다는 정신적으로 공동체의식을 고취하고 서로가 합심해서 문제를 풀자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지금 인류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공동체 문화다. 우리 모두 운명공동체이고 따라서 서로에게 이로운 활동을 해서 공동체를 살려야 한다는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최근 한국거래소가 올해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원년'으로 선포했다.
▲많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환영한다. 그런데 솔직히 ESG라는 개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조직의 비전이다.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우선인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우선인지부터 확실하게 정의해야 한다.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걸림돌을 제거하는 차원의 ESG는 비용일 수밖에 없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행복을 추구하고 그에 수반되는 금전적 성과로 지속가능한 삶을 추구 하기 위해 할 수 있도록 지표를 재구성해야한다. 더 이상 경제성장률을 행복의 조건이나 발전의 상징으로 내 걸어서는 진정한 ESG는 불가능하다. 사회적가치를 우선하는 국가지표가 설정돼야 한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많은 기업이 ESG 전환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현재 탄소국경세나 탄소배출권 등을 확보하기 위해 전과정평가(LCA)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제품생산에 들어가는 원료부터 사용 후 폐기까지의 전 과정을 평가해서 온실가스배출량을 측정하고 평가한다. 그런데 LCA로 평가하는 것이 쉽지 않다. 최소 1년 이상의 데이터가 필요하고 평가 과정도 수개월이상 걸리며 비용도 만만치 않다. 앞으로 ESG 평가를 위해 중소기업들도 이 같은 방법으로 온실가스배출량을 평가받아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만만치 않다. 그래서 SDX재단은 더 많은 기업이 기후행동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몸이 아프다고 무조건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하지는 않는다. 탄소감축 활동에 있어서도 일단 간단한 정기검사 같은 것을 통해 내가 동종업계보다 더 많이 배출하는지 아니면 적게 배출하고 있는지 정도라도 파악을 해 보자는 것이다. SDX 재단이 26일 '리월드포럼'에서 공개할 '기후성과인증(GCR)' 이야기다.
GCR은 재무제표나 몇 가지 자료만 입력하면 산업연관표에 의한 동종 산업 평균과 비교해 평균 이상으로 탄소감축이 이루어지는 경우 정도에 따라 5등급으로 인증해 준다. 해당 기업의 온실가스배출량의 60~70%를 알 수 있는데 향후 AI와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더 정교한 온실가스배출량을 산출할 예정이다. 평균 이하로 탄소배출을 하는 기업들에 대해 정부나 금융기관이 혜택을 줘서 보다 많은 기업이 평균 이하로 탄소배출을 하도록 유도하는 사회적가치 추구 캠페인이 될 것이다. 대형 탄소배출처가 아무리 줄이려고 해도 소비가 줄어드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비록 국내총생산(GDP)에 영향을 주더라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ESG 전환은 기업 혼자의 힘으로 한계가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역할도 중요하다.
▲맞다. ESG전환은 지금의 상식이 주도하는 세상에서는 이율배반적인 논리이기 때문이다. '주주 이익의 극대화'를 신념으로 생존해 온 기업들에게 ESG는 비용일 뿐이다. 따라서 '사회적 가치 극대화'라는 비전의 재설정이 우선돼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중앙정부의 지표변화나 혜택 등이 제공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각국의 과학자들이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탈성장'을 주장하고 있지만 모든 국가가 아직까지 이를 채택하지 않다보니 우리가 참고할 마땅한 사례도 없다. 한국 정부는 기업, 시민 함께 '홍익인간' 정신을 앞세워 새로운 문명을 리드할 기회를 잡는 것이다. 잡아야 한다.
-ESG 평가 기관이 난립하고,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조직의 비전이 '사회적 가치 추구'를 우선하는지, 실천 전략과 전술이 있는지, 그래서 이익보다는 행복을 추구하고 경제적 과실로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 등을 유심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ESG평가가 수능시험 같이 변해가는 것 같다. 본질가치에 충실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국가가 관리하는 탄소감축 규제 대상기업은 수백 개에 불과하다고 들었는데 정부가 규체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상이 아닌 기업들의 ESG 경영 전환이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을까?
▲디지털 기술이 적용돼야만 작은 기후행동을 유의미한 데이터로 전환할 수 있다. 그래야만 소규모 탄소감축 활동을 데이터로 정량화해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전 세계에 확산해 인류의 기후위기 대응을 촉진하고자 한다.
-26일 '탄소감축 전환금융 및 기후성과인증'을 주제로 열리는 리월드포럼에 대한 기업과 정부의 기대감이 크다.
▲작년 6월 14일 제1회 민간주도탄소감축포럼을 개최한 이래 격월로 지방을 돌며 4회의 포럼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그후 기후행동을 활성화하고 기업의 ESG전환을 하는데 있어 금융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마침 최정규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싱가포르 파트너가 이 점을 강조하면서 포럼 상임대표를 맡아줬다. 이를 계기로 명칭도 새로운 세상의 이치를 추구하는 의미로 '리월드포럼'로 바꾸고, 올해 첫 행사를 하는 것이다.
이번 포럼에서는 '탄소감축 전환금융'을 주제로 세계금융산업의 발 빠른 움직임을 짚어보고 우리 금융산업도 이에 적극 대응한다면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대안을 모색할 것이다. 특히 향후 금융기관의 투자나 대출시 필요한 ESG 평가 중 특히 '환경(E)'부분에서 활용될 GCR을 발표할 것이다. 기후기술기업의 기후기술 적용 전·후의 탄소감축량을 평가에 부여하는 탄소감축인증(CRC)도 기후기술기업의 성과측정에 있어서 매우 유용한 지표가 될 것이다.
앞으로 리월드포럼은 매년 초 약 3일간의 일정으로 전 세계 탄소감축과 ESG를 선도하는 포럼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국내 기후기술기업의 글로벌화는 물론이고, 작은 기후행동의 대규모화를 통해 새로운 문명사회로의 도약을 위한 뉴노멀을 모색하는 집단지성의 장으로 도약할 것이다.
◇전하진 SDX재단 이사장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 한글과컴퓨터를 부도 위기에서 구해낸 최고경영자(CEO)로 알려졌다. 벤처 1세대 대표 주자인 전 이사장은 정계에 발탁돼 제19대 국회의원을 역임, 아낀 전기를 발전자원화하는 일명 '전하진법'으로 전력사업의 혁신을 이끌어냈다. 2018년에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새로운 주거환경에 관한 연구'로 부동산 박사학위를 취득하며, 미래 도시는 지속가능한 인프라와 자급자족기반이 마련돼야 하고, 도시문명이 내재화된 자아실현공동체로 구성된 '첨단자족도시(Siti)'가 필요하다고 정의했다. 이후 디지털전환(DX)기반의 지속가능발전(SD)를 추구하는 SDX재단 이사장을 맡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기후위기 해결이야말로 인류가 다음 문명시대로 도약하는 촉진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며 아직까지 손이 미치지 못하는 '작은 기후행동의 대규모화(Scale up small climate action)'라는 슬로건하에 자발적 기후 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