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한 사진작가가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이미지를 국제 사진전에 출품한 뒤 우승작으로 선정되자 뒤늦게 AI 작품임을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작가는 이후 수상을 거부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독일 출신 사진작가 보리스 엘다크젠은 세계 최대 사진 대회 중 하나인 '2023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SWPA) 크리에이티브 오픈 카테고리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엘다크젠은 이 대회에 젊은 여성과 노년의 여성의 모습이 담긴 흑백 이미지를 출품했다. '전기공'(The Electrician)이라는 제목의 사진 속 노년의 여성은 젊은 여성 뒤에서 그의 어깨를 붙잡고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작가는 해당 작품이 수상작으로 뽑히자 그제야 AI로 만든 사진임을 밝히면서 상을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SWPA 등 사진전이 AI 이미지 출품에 준비돼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해당 작품을 고의로 출품했다고 밝혔다.
엘다크젠은 사진으로 봐야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 사진계에서 폭넓은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며 "사진의 영역은 AI 이미지가 들어올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넓은가? 아니면 (내 수상은) 실수였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내가 수상을 거부함으로써 이 논쟁이 더 가속화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엘다크젠은 AI 이미지가 권위 있는 국제 사진전에서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그는 "AI 이미지와 사진은 이런 시상식에서 서로 경쟁해서는 안 된다. 둘은 서로 다른 실체다. AI는 사진이 아니다. 따라서 나는 상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세계사진협회(WPO) 대변인은 "그(엘다크젠)가 수상을 거부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우리는 그와의 활동을 중단하고 그를 이번 대회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챗GPT 등 AI 챗봇이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AI 기술 사용과 그 의미에 대한 논쟁이 격해지고 있다.
특히 이미지 생성과 딥페이크와 관련한 윤리적 적합성이 부각된다. 딥페이크는 동영상에서 다른 사람의 얼굴을 합성하는 기술로, 최근 AI 기술이 접목되면서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AI가 발전하면서 진짜 같은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무엇이 진짜인지 구별하는 일은 이미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이 실제 하지 않은 말을 한 것처럼 보이도록 합성한 동영상 등이 잇따라 등장하는 등 AI가 가짜 정보 조작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 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