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뒤늦은 소통으로 분주했던 벤처투자시장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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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벤처투자시장은 꽤 분주했다. 지난 17일 기록적으로 감소한 올해 1분기 벤처투자 실적 발표 안팎으로 국회와 정부, 벤처투자업계가 일제히 바쁘게 움직였다.

실적 발표 이튿날 중소벤처기업부와 벤처캐피탈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벤처캐피탈 포럼'이 열렸고, 그다음 날인 19일엔 '신성장 동력 확충을 위한 벤처기업 지원 대책 민·당·정 협의회'가 열렸다. 그리고 20일 정부는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10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 지원책을 담은 '혁신 벤처·스타트업 자금지원 및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당장 고금리와 경기 둔화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벤처·스타트업에 단비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쉬움은 남는다. 한 주간 바쁘게 논의된 수많은 건의 사항 가운데 대책에 담긴 내용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벤처투자 실적이 크게 악화할 것이라는 관측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제기됐다. 지난해 10월 한국벤처투자가 집계한 벤처투자업계 의견에서도 90% 이상은 기업가치가 과대평가됐다는 응답을 내놨다. 특히 올해 초 들어 컬리, 오아시스 등 대어급 주자가 연이어 기업가치 하락을 이유로 상장을 철회하면서 시장에서는 당분간 투자심리 위축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로 전환했다.

그러나 한동안 정부는 시장의 우려가 기우라고 일축하며 대응을 미뤘다. 민간 기관에서 언론 동향을 자체 집계해 발표하는 수치조차 공식통계가 아니라며 회피하기에 바빴다. 벤처투자업계의 생생한 현장 목소리를 들을 기회도 놓쳤다. 정부가 모태펀드를 통해 투자심리 회복을 꾀한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고 업계가 요구했지만 그동안 중기부는 모태펀드 축소가 벤처투자 위축 원인이 아니라며 책임을 피하는 데 급급했다.

18일 열린 벤처캐피탈 포럼에서는 유독 많은 말이 오갔다. 갑작스레 포럼에 참석한 벤처캐피털(VC)과 액셀러레이터 모두 쓴소리를 감추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동안 투자심리 회복을 위한 대안을 묻는 기자의 취재에 말을 삼가던 심사역들도 이날은 건의사항과 질의를 쏟아냈다. 포럼에서 모두 전하지 못한 말을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길게 남긴 패널도 있었다.

포럼에 참석한 한 VC 대표는 “이제야 중기부가 시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 같다”고 평하기도 했다.

조금만 더 일찍 시장과 소통했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분주하게 돌아간 최근 며칠이 몇 개월은 더 빨랐어야 했다. 굳이 모태펀드가 아니더라도 이날 발표처럼 정책금융기관 출자를 확대하고 중간회수시장 개선을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만 먼저 줬더라면 지금의 벤처 혹한은 덜 추웠을 수도 있었다.

최근 부쩍 정부가 업계와 소통에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벤처투자시장 활성화를 위한 계획을 차질 없이 실행해 주길 바란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