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에 빠진 여당…"전기·가스요금 인상 시점 '미정'"

발표 시기와 인상 폭 놓고 '고심에 고심'
박대출 "'방만경영' 한전,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해야"
경제계 "업황 어려운 상황 고려해달라" vs 에너지산업계 "가격 현실화 필요"

지난달 잠정 연기된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안 발표 시기를 놓고 여당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 해소를 위해 요금 인상이 시급하지만, 비난 여론을 의식해 고심을 거듭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인상 폭과 시기 모두 불투명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현행 전기요금 결정 체계가 무력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관련 산업계 민·당·정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관련 산업계 민·당·정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

당정은 20일 '전기·가스 요금 관련 산업계 민·당·정 간담회'에서 민간 측인 경제산업계와 에너지산업계로부터 의견을 청취한 결과, 전기·가스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간담회가 끝난 직후 “요금 인상에 반대하는 경제산업계나 요금 인상을 요구하는 에너지산업계 모두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은 같았다”며 “다만 각 산업계 모두 어려움이 많아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상 시점에 대해선 “시점은 말하지 않았다. 서로 양해하고 납득할 수 있는 조정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여전히 '의견 수렴' 단계에 있음을 강조했다.

일각에서 전기요금 인상 시점이 윤석열 대통령 방미 이후로 미뤄진다는 관측이 나오는 데 대해서 “시점을 얘기한 적 없다”고 거듭 선을 그었다

이번까지 총 네번째의 간담회를 거쳤으나 요금 인상의 필요성에 대한 원론적인 공감대만 도출했을 뿐 그 이상의 진전된 논의 결과를 내진 못했다. 오히려 현 상황의 책임을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에 돌리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촉구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이날 한전과 가스공사를 향해 “도덕적 해이의 늪에 빠진 채 요금을 안 올려주면 다 같이 죽는다는 식으로 국민을 겁박하는 여론몰이만 하고 있을 때인가”라며 “국민들에게 요금을 올려달라고 하기 전에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을 해달라고 한전과 가스공사에 수차례 촉구했지만 아직도 응답이 없어 개탄스럽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수석부대표도 “한전과 가스공사의 비양심적 방만 경영이 계속 발생하는 상황인데도 스스로 뼈를 깎는 고강도 긴축 경영 없이 요금만 인상하겠다는 건 결국 국민에게 손해를 전가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산업계에서는 요금 인상에 따른 부담 완화를 위한 보완책 마련을 요구했다. 뿌리산업계는 계절요금제 단축, 기업 맞춤형 요금제, 보조금 지원제도 신설 등을 건의했다. 반도체업계는 24시간 전력공급이 필요한 산업 특성상 인프라 구축이 차질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대한상의는 토요일 심야요금제를 조정해달라고 요청했으며, 중소기업중앙회는 납품단가연동제에 전기요금을 연동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제안했다.

반면 민간발전협회는 민간발전사들이 이달부터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큰 만큼 전기요금 연료비연동제를 정상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기공사협회와 전기산업진흥회는 한전의 발주물량이 줄어들어 관련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전력산업 생태계가 붕괴되지 않도록 합리적 수준에서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