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600대 기업 대상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에서 14개월 연속 전망치가 기준선(100)을 밑돌았다. 실적치는 15개월째 기준선을 하회했다.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통신장비 분야에서 심각한 부진이 예상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 대상 BSI를 조사한 결과 5월 전망치는 93.8, 4월 실적치는 92.2를 각각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전망치는 지난해 4월(99.1), 실적치는 지난해 2월(91.5)부터 연속 기준선을 하회했다. 전망치 14개월, 실적치 15개월 연속 기준선을 밑돈 것은 모두 이번이 처음이다.
BSI는 전체 응답 기업 대비 긍정 응답과 부정 응답의 차이를 백분율한 후 100을 더한 값이다. 경기동향에 대한 기업가들의 판단과 예측을 알아보는 지표다. 100보다 높으면 '긍정', 낮으면 '부정'을 의미한다.
업종별 5월 BSI는 제조업(94.1)과 비제조업(93.3) 모두 지난해 6월부터 12개월 연속 기준선을 하회했다. 제조업과 비제조업이 12개월 연속 동반 부진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통신장비 BSI는 72.2를 기록, 2020년 10월(71.4) 이후 2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조사업종 가운데 경기전망이 가장 좋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섬유·의복(76.9) △의약품(83.3) △비금속(83.3) △석유정제·화학(88.6) △자동차·기타운송장비(89.5) 등도 부진이 점쳐진다.
그나마 일반·정밀기계 및 장비(119.0), 목재·가구 및 종이(111.1), 식음료 및 담배(110.0)가 제조업 가운데에선 밝은 전망을 보였다. 금속 및 금속제품은 기준선(100.0)에 걸쳤다.
비제조업 세부 산업 가운데 기준선 이상을 기록한 산업은 여가·숙박 및 외식(107.1)이 유일했다. 반면 요금인상 이슈가 있는 전기·가스·수도(82.4)는 비제조업 가운데 업황 전망이 가장 부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2분기 전기·가스 요금 인상안 발표가 보류된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반도체 등 주요 제조업 중심으로 경기 전망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우리 경제의 침체 강도가 심화할 수 있다”면서 “기업의 실적 악화를 고려,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한편 '노란봉투법' 등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법안 논의를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