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석 국민대 소프트웨어학부 교수는 소프트웨어(SW) 개발자 태부족 이유를 SW·인공지능(AI) 중심 산업 변화로 꼽고, 학벌 등 외견보다는 성장 가능성 또는 전문성에 기반한 인재 발굴·투자를 강조했다.
이 교수는 지난 24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진행된 전자신문 주최 'ET테크리더스포럼'에서 'SW 개발자에 대한 이해'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최근 챗GPT 같은 AI 등장으로 일반 사람도 업무 영역에서 AI를 사용하게 됐다”면서 “챗GPT 같이 많은 언어를 엄청나게 학습해 만들어진 파운데이션 모델은 AI 엔지니어보다는 AI를 쓸 줄 아는 SW 인재 중요성을 키웠다”고 말했다.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드는 기업은 소수에 그치는 반면에 이를 응용·활용·발전시키는 것은 SW 영역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제는 AI 개발 도구를 써야 할지 말지는 전혀 고민거리가 될 수 없다”면서 “챗GPT 사용료는 월 20달러인데, 연봉 약 4000만원 수준인 내가 챗GPT를 통해 인사말 같은 어떤 서류 준비 시간을 1~2시간 절약한다면 안 쓸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교수는 AI 융합으로 한동안 개발자 수요가 공급을 앞설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제는 자동차, 신발 제조사가 각각 자동차와 신발을 만드는 'SW 회사'로 탈바꿈하고, SW가 회사 가치를 결정한다”면서 “우리나라는 SW학과 등 전문학과 정원이 연간 2만명 수준으로, 개발자 인력 배출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중간급 개발자는 절대 부족한 상황으로,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 붕괴 이후 10여년간 컴퓨터공학, SW학과 등 진학이 외면 받으면서 공백이 발생한 것”이라면서 “중급 개발자를 원하는 회사가 많은데, 인력 수요와 공급 간 갭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구조적인 개발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요 기업이 적극 인재를 발굴하고, 걸맞은 대우와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채용 면접에서 '어느 대학교를 나왔나'라고 묻는 것은 '면접자가 고등학생 때 엉덩이가 무거웠구나'라는 것 말고는 아무 의미가 없다”면서 “그보다 개발자를 채용하려는 회사가 대학, 특성화고, 아카데미 등을 찾아다니면서 실력과 잠재성이 있는 인재를 찾아 회사 비전과 개인 성장 가능성을 제시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발자는 입사하는 순간 본인에게 익숙한 키보드, 모니터 같은 장비를 필요로 한다”면서 “기업은 1년 연봉 약 10%를 장비 예산으로 배정해 개발자가 자유롭게 장비를 구입토록 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SW 동네는 모든 회사가 한 직장처럼 돈다'는 말이 있는데, 개발자에게 이직은 일도 아니다는 의미”라면서 “기업은 '좋은 개발자는 우리에게 보내주지 않고, 찾아야 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