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관계 악화에 식품업체들 '좌불안석'

러시아 현지인이 한 마트에서 초코파이를 살펴보는 모습. [사진=오리온]
러시아 현지인이 한 마트에서 초코파이를 살펴보는 모습. [사진=오리온]

최근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 기류가 형성되면서 현지 공장을 둔 식품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다음 달 열릴 일본 히로시마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제 수위가 한층 강력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국내 식품사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글로벌 업체들이 발을 빼면서 반사이익을 누렸다. 적극적 현지화 전략으로 러시아 현지 브랜드로 자리를 잡은 데다 전쟁 특수 상황에 식량을 비축하려는 수요도 성장을 이끌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사들은 G7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이후 행보에 촉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국제사회 제재 수위가 강화된다면 러시아와의 관계가 악화 가능성이 짙기 때문이다. 러시아 현지에서 반한 분위기가 나타날 수도 있다.

러시아에 현지 생산공장을 둔 식품사로는 팔도, 오리온,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를 대표로 들 수 있다. 롯데칠성음료, 빙그레, 오뚜기 등 식품사들의 수출 제품에 대한 인기도 높다. 이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식품은 생필품으로 분류되는 데다 현지 공장 등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사업 철수 공산은 낮다. 지난해 식품사들은 전쟁 상황에서도 호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러시아 국민 라면으로 알려진 '팔도도시락'을 파는 팔도 러시아 현지법인은 지난해 러시아에서 최대 매출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팔도는 매년 늘어나는 수요에 지난해 생산 라인과 일부 건물을 증설했다. 팔도 도시락의 러시아 시장 점유율은 약 60%에 이른다.

롯데웰푸드도 지난해 약 340억원을 투입, 초코파이 생산라인과 창고 건물을 증축했다. 지난해 러시아 매출은 806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3.4% 증가했다. 가격 인상 및 환율 효과로 매출이 신장했다. 판가 인상과 수입 제품 운영 중단으로 상품 원가도 개선되면서 영업이익도 25억원 늘었다. 올해는 몽쉘 론칭과 빼빼로 등 롯데 브랜드 확대를 추진할 예정이다.

오리온은 러시아 법인에서 지난해 매출액(2098억원)과 영업이익(348억원)이 전년 동기보다 각각 79.4%, 106.9% 늘었다. 작년 6월부터 트베리 신공장을 본격 가동하며 공급량을 늘리고 초코파이 품목 다변화와 비스킷 등 신규 카테고리 확장에 공들이고 있다. 올해도 약 300억원을 투입해 생산시설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현재로선 정상적으로 생산과 영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 대비책을 고심하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와 관계가 악화한다면 자금이 동결될 가능성도 있어 예의 주시하는 상황”이라면서 “현지 공장을 두지 않은 곳들은 상대적으로 위험 요인이 크지 않지만 로열티 수익이나 수출 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