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F 스타트업이야기]로톡으로 바라본 혁신 그림자

[GEF 스타트업이야기]로톡으로 바라본 혁신 그림자

법률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톡은 2014년 출시된 혁신 플랫폼이다. 로톡은 변호사로부터 광고료를 받는다. 소비자로부터 상담료를 직접 받지 않기 때문에 광고플랫폼 비즈니스 모델로 분류된다. 소비자는 15분과 30분 상담에 각각 2만원, 7만원을 낸다. 변호사를 선택할 수 있으며, 카드수수료를 제외하면 로톡의 수익이 없기 때문에 현재까지 법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중개플랫폼은 아니라는 유권해석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의 유권해석과 달리 대한변호사협회의 강력한 저항이 있었다. 변협이 두 차례 제기한 소송에서 모두 로톡이 이겼지만 변호사업무 광고규정을 문제 삼아 현재 50%에 해당하는 변호사가 로톡을 탈퇴한 상황이다.

새로운 혁신 비즈니스 모델에는 세 가지 외부 관점을 체크해야 한다. 첫째 검사의 눈이다. 대상자의 불법성을 넘어 나쁜 의도가 있는지를 보는 관점이다. 둘째 기자의 눈이다. 대상자가 치명적 도덕성 흠결이 있는지 팩트 여부를 체크한다. 따라서 독창적이고 혁신성을 선호하기도 한다. 셋째 경쟁자의 눈이다. 경쟁자의 눈은 불법적 요소를 피하고 기자에게 혁신이라는 칭찬을 들어도 소용없는 관점이다. 이미 이루고 있는 생태계를 위협하는 요소의 유무에 달렸기 때문에 대중의 눈이라고도 한다. 위협으로 판단되는 경우 생태계 다수가 단체로 저항한다. 생태계 성장의 치명적 약점을 해소하지 않는 이상 그 저항은 목숨과도 바꿀 각오가 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카카오 '타다' 서비스에 반발한 택시산업, 현재 갈등 관계에 있는 의료법과 함께 이와 더불어 로톡이 여기에 해당한다. 혹자들은 영국의 '붉은깃발법'처럼 기득권이 혁신을 방해한다고 안타까워하지만 사실 기존 제로섬 생태계 구성원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저항하는 것은 자위권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경쟁사의 눈을 극복하고 상생하는 방법은 없을까. 우리는 장애인콜택시 사례를 통해 해법을 찾아볼 수 있다. 서울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에 관한 조례에 따라 2003년 1월 시작한 서울시의 장애인콜택시는 현재 721대가 운영되고 있다. 무료도 아니다. 도시철도 요금의 3배 이내에서 택시비도 받는다.

그런데 장애인콜택시 서비스가 유료 택시서비스임에도 우버나 타다와 달리 장애인콜택시는 왜 기존 택시산업계에서 시장 진입에 강력히 저항하지 않았을까. 바로 필요성 대비 생태계 위협 요소가 적은 신규 진입시장이었기 때문이다. 액화석유가스(LPG) 차량의 경우 차량 트렁크에 휠체어를 넣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시간에 쫓기는 택시기사에게 장애인 손님은 부담일 수도 있다.

이렇듯 장애인콜택시 사업은 민간이 접근하기 어렵고 공공만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는 시장인 '회색영역'(gray sector)이었다. 특히 정보대칭시대에서 대중이 주도하는 사회의 혁신은 대체가 아닌 시장 창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기존시장과의 마찰을 줄이고 산업 자체가 경쟁에서 상생으로 성숙해질 수 있는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 회색시장 영역은 이 두 가지 시장 요구를 모두 만족시켜 줄 수 있는, 떠오르는 영역이다. 사회·환경·지배구조(ESG)를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가 대표적 회색영역이라 할 수 있다.

로톡이 법률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여 준 장점은 있었지만 시장에서는 장애인콜택시와 같은 상생과 시장 확대로 비치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 생태계에서는 불공정 및 위협으로 비쳤을 수도 있다. 이 점이 스타트업에서 혁신모델 로톡의 현 상황을 거울삼아야 할 핵심 요소다.

박항준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 dhnawoo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