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자국 내 반입되는 한국산 화물에 대한 검사 강화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해협 관련 발언 이후 나온 조치로 무역 보복에 착수한 것인지 주목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관세청에 해당하는 중국 해관총서는 지난 25일 내부 통신망을 통해 각 지역 하위 세관에 한국발·한국산 화물에 대한 검사를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해관총서는 중국을 오가는 물품에 대한 관세 부과, 밀수 방지, 세관 경비와 관리 등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산 화물의 수입 통관 검사를 강화하라는 방향성 외 세부 지침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한국산 화물 반입 시 철저한 검사 방침이 전달된 만큼 절차가 까다로워지고 패널티가 부여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한 반도체 업체 대표는 “중국 현지 거래처에서 최근 해관총서 지침 내용을 공유하고 한국산 제품을 탑재할 경우 신고해야 한다는 공문을 발송해왔다”며 “지침이 전달된 지 얼마되지 않아 아직 구체적인 동향은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각 지역 세관에서 다른 세관 움직임을 주시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특정 세관에서 한국산 화물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고 통관에 제동을 걸면 제재가 다른 세관으로 동시다발적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앞서 중국 정부는 2016년 국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 때에도 장기간 한국산 화물에 대한 통관검사 비율을 점차 상향해 통관을 다수 지연시켰다.
중국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중국·대만 관계 관련한 한국 정부 의견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로이터통신 인터뷰 이후 중국 정부는 우리나라에 즉각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수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중국 정부에서 현지 기업에 가급적 한국 설비를 구입하지 말라는 권유가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중관계가 급속히 경색되면서 산업계로 여파가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통관 지연 등 문제가 현실화될 경우 대중국 수출 기업의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된다.
대중국 수출은 현재 감소세로 전환된 상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대중국 수출은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2011~2017년 연평균 2.8% 증가세를 보였으나 최근 5년간(2018∼2022년) 1.9% 증가에 그치며 둔화했다. 또 지난해 6월부터는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품의 중국 통관 문제 발생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며 “다른 나라 경쟁사에 중국 시장을 잃을 가능성도 있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