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군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첩첩산중 이곳에 현대판 ‘노아의 방주’로 불리는 ‘시드볼트’가 있다. 세계 단 2곳뿐인 야생식물 종자 영구저장시설이다. 기후변화나 전쟁, 핵폭발 등 대재앙으로 인한 식물종 멸종을 대비해 지어졌다.
국가보안시설로 지정된 시드볼트는 LG유플러스가 개발한 ‘유플러스(U+) 스마트레이더’가 빈틈없이 지킨다. 연중 항온·항습이 필수인 시설 특성상 단 한 번 외부 침입도 치명적이다. 영하 20도 유지를 위한 이중격실 구조를 갖춘 이유다. 전실에 설치된 레이더센서와 인공지능(AI) 솔루션을 통해 외부인 출입 통제와 실시간 관제가 이뤄진다.
LG유플러스는 스마트레이더에 국내 유일 자율주행 차량용 77㎓ 레이더센서를 적용했다. 가로·세로 7m, 최대 5명까지 동작을 감지한다. 폐쇄회로(CC)TV가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나 안개낀 환경에서도 98% 정확도를 자랑한다. 레이더 센서가 수집한 데이터를 AI 알고리즘이 이상징후를 분석해 5초내 알람을 송출한다. 인체 동작이 픽토그램으로 간략히 표현되기 때문에 개인정보침해 걱정도 없다.
허영석 LG유플러스 스마트레이더사업스쿼드 프로덕트오너(PO)는 “77㎓ 단말기에 레이더칩 4개를 탑재해 거리·높이·깊이·속도 측정이 가능하다”면서 “포인트 클라우드 기술을 이용해 고해상도 4D 이미지를 실시간 제공, 관제 플랫폼에서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여의도 면적 18배에 달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 수목원이다. 인력만으로는 보안 유지, 안전사고 방지에 한계가 있다. 스마트레이더가 눈과 귀 역할을 대신한다. 이곳에 설치된 스마트레이더는 총 67대다. 시드볼트·시드뱅크·기록물보존서고 등 보안구역 침입감지를 위한 4대뿐 아니라 관람객 안전관리를 위해 공중화장실 등에도 63대가 설치됐다.
허 PO는 “63대는 혹시 모를 범죄나 수상한 움직임, 안전사고 포착을 위한 재실감지 목적으로, 비면허대역인 60㎓ 주파수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호랑이숲 앞 화장실에서 이뤄진 시연에서도 사람이 입장하면 천정에 설치된 레이더가 이를 인지, 관제 화면에 실시간 알림을 제공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LG유플러스는 U+스마트레이더 솔루션을 지하철은 물론 지자체 공공화장실과 대형병원, 요양시설, 산업시설 등으로 적극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스마트레이더 사업을 통해 2027년 연매출 200억원을 달성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공공시설과 공장 등 기업간거래(B2B) 영역에서 스마트레이더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지하철 8호선 공중화장실에 설치됐으며 배터리·화학공장 근로자 위험구역 진입 방지 등 산업현장 안전·보안을 강화하는 데 쓰이고 있다.
허 PO는 “다른 업체와도 기술검증(PoC)을 거쳐 안전관리 솔루션 도입을 검토 중”이라면서 “요양병원에서도 낙상사고 예방과 빠른 대응을 위해 스마트레이더 관련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봉화(경북)=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