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꺼져가는 별이 최후의 순간 몸집을 부풀어오르며 목성만 한 거대한 행성을 집어삼키는 장면이 처음으로 관측됐다. 50억 년 후, 태양이 적색거성으로 변모하면 이처럼 지구를 집어삼킬 수도 있다.
3일(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에 따르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카블리 천체물리학우주연구소와 하버드대, 캘리포니아공대(Caltech) 등 공동연구팀은 이날 과학저널 ‘네이처’ 온라인판을 통해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공식적으로 ‘ZTF SLRN-2020’으로 명명된 이 현상은 1만 2000광년 떨어진 독수리자리 근처에서 관측한 것으로, 단 일주일만에 별이 100배까지 밝아지는 모습이었다. 연구팀은 이 현상을 죽음을 앞둔 별이 주변 행성을 집어삼키는 과정이라고 결론 내렸다.
태양 0.8~1.5배 크기인 별이 집어삼킨 행성은 목성 정도의 크기다. 태양-수성 간 거리보다 더 가까운 거리에서 별 주위를 돌던 행성은 팽창한 별에 빨려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50억년 후 수소와 헬륨을 소진하고 ‘적색 거성’이 될 태양에 의해 맞이할 지구의 최후를 미리 보는 셈”이라고 전했다.
태양 크기의 별은 수소 대부분이 핵융합으로 헬륨이 되면 중심부에서 헬륨 핵융합으로 탄소가 되는 반응이 시작되고 남은 수소가 별 외부층으로 밀려나 팽창하면서 원래보다 수천 배 이상 큰 '적색거성'(red giant)이 된다. 태양도 50억년 후 수성, 금성, 지구까지 빨아들일 정도로 큰 적색거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당초 연구팀은 이 현상을 ‘신성’(novae)으로 생각했다. 쌍성으로서 적색거성인 별에서 백색왜성으로 물질이 급격하게 빨려 들어가는 현상이다.
하지만 후속 관측에서 이 경우 발생하는 것보다 훨씬 더 차가운 가스와 먼지가 별을 둘러싸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연구팀은 관측된 에너지와 별들의 질량을 대조한 끝에 목성 정도 크기의 행성이 별 중심부로 흡수되면서 외부 층이 폭발하고 먼지가 서서히 가라앉으면서 이전 상태로 돌아간 것으로 결론지었다.
논문 제1 저자 겸 교신저자인 카블리 천체물리학우주연구소 키샬레이 데 박사는 "50억년 후 태양계를 바라보는 관찰자는 태양이 조금 밝아지는 것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이번 현상만큼 극적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작동하는 원리는 동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