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현 삼성전자 대표(DS부문장)가 5년 내 세계 1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 TSMC를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28년까지 메모리 반도체 기반 슈퍼컴퓨터를 자체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깜짝 발표했다.
경 대표는 4일 대전 KAIST에서 열린 ‘삼성 반도체의 꿈과 행복:지속가능한 미래’ 강연에서 “삼성전자는 과거 낸드플래시 사업으로 프로핏 셰어(수익 공유)를 100%, D램은 60%까지 기록한 넘버원 반도체 기업”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삼성전자는 낸드와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지금도 세계 1위 사업자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경 대표는 7~8년 전 대비 삼성 반도체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졌다고 평가, 세상에 없던 기술 개발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1위 기업 지위를 공고히 하겠다고 선언했다.
경 대표는 “냉정하게 파운드리는 TSMC가 훨씬 잘한다”며 “4나노미터(㎚) 공정은 2년 정도, 3㎚ 공정은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채택한 삼성과 TSMC 간 기술 차이는 있지만 완성도만 보면 1년 정도 뒤쳐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삼성 반도체가 3㎚ 공정에서 GAA로 기술격차를 최소화하고 2㎚ 공정에서 TSMC와 같은 수준 이상, 앞장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GAA는 반도체에 흐르는 전류 흐름을 세밀하게 제어, 충분한 양의 전력이 흐르게 하는 최신 공정이다. 기존 공정 대비 면적은 45% 작고 소비전력은 50% 적게 드는 칩 생산이 가능하다. 삼성은 3㎚ 공정부터 GAA를 적용하는 반면 TSMC는 2㎚ 공정에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반도체 후공정 경쟁력도 지속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DS부문에 신설한 어드밴스드패키지팀을 중심으로 패키징 성능을 확대, 메모리 반도체 초격차 확보와 3∼4년 내 성과 달성을 자신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현지 전문인력과 삼성전자가 슈퍼컴퓨터를 직접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경 대표는 “인공지능(AI)이 발전하면 다양한 방면에서 인류 사회 공헌 길이 열릴 것”이라며 “종합기술원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중심이 되는 슈퍼컴퓨터를 2028년까지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삼성 반도체 패키징·칩렛이 슈퍼컴퓨터에 탑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평택캠퍼스와 용인캠퍼스를 중심으로 삼성 반도체의 지속 성장·발전도 예고했다. 경 대표는 “화성캠퍼스는 2015년 이미 모두 찼고 평택캠퍼스 역시 2030년이면 꽉 찰 것”이라며 “용인캠퍼스 투자를 결정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10년마다 반도체 라인을 하나씩 증설하고 있으며 기흥캠퍼스는 삼성 반도체 핵심 연구개발(R&D)단지로 전환하고 있다.
경 대표는 공동 가치와 조직문화 정립, 구성원 성장 지원, 데이터와 디지털 기반 일하는 체계, 사무공간 확대와 근무공간 유연화 등으로 삼성전자 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경 대표는 “행복하게 일하는 문화를 정착, 회사 경쟁력 원천이 되도록 할 것”이라며 “모두가 쉬는 추석연휴 등에 직원들 출근 없이도 팹이 정상 가동될 수 있게 준비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한편 최근 중국 내 미국산 장비 반입 금지와 첨단 반도체 생산량 제한 등 미·중 반도체 갈등 관련, 경 대표는 “민감한 사안”이라면서도 “미국 정부가 삼성 반도체 사업에 직접적 제약이나 영향을 줄만한 압박을 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향후 중국 시안공장 팹 투자에 대한 미국측 허가 필요성은 인정했다. 경 대표는 “미·중 갈등 지속으로 변곡점이 생겼다”며 “변곡점은 기회 요인이 될 수 있어 다양한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