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제조 전과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저장·분석하는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 반도체 회로 미세화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설계 및 공정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 기술 개발·공정 자동화 등에 활용하는 통합 정보기술(IT) 인프라를 조성하는 것으로, 빅데이터 기반 반도체 공정 혁신이 주목된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은 경기 화성 캠퍼스 인접 위치에 ‘화성 고성능컴퓨팅(HPC) 센터’ 신축 작업에 돌입했다. 현재 터 닦기 등 기초 작업을 진행 중이며, 건물을 세우면 전체를 데이터센터로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세부 서버 용량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가 상당한 점을 고려할 때 인터넷 서비스 업체에 못지 않은 대규모 서버 반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고성능컴퓨팅 센터’라는 이름으로 별도의 IT 인프라를 갖추는 건 기존 분산됐던 반도체 설계·공정 데이터 관리를 일원화하면서 데이터 운용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삼성전자 반도체 관련 데이터는 각기 다른 위치에서 관리돼왔다. 반도체 설계는 화성 DSR 타워 쪽에서, 공정 데이터는 각 반도체 공장(팹)에서 서버를 관리하는 방식이다. 설계·공정 데이터가 대량 발생하면서 증축이 필요했지만 DSR 타워나 팹 단위에서는 서버를 추가할 공간 확보가 어려웠다. 신규 데이터센터 설립은 향후 추가 생성될 데이터에 유연하게 대응하려는 포석이다.
실제 반도체 회로 미세화에 따라 관련 데이터는 폭증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3나노 공정까지 진입했는데, 기존 성숙 공정 대비 설계자동화(EDA) 툴에서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급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EDA 툴에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되면서 빅데이터 수준의 처리량이 요구된다”며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협력 반도체 설계지원 기업(디자인하우스)까지 자체 서버 인프라를 확충하며 이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조 공정 역시 마찬가지다. 반도체 생산라인 하나(평택 1공장 기준) 당 1000개 공정 단계까지 늘어나면서 각종 장비에 장착된 센서 데이터 수집량도 크게 늘었다. 공장 당 생성 데이터만 45억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신속히 분석해야 반도체 불량률을 최소화하고 수율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다.
HPC센터는 AI 기반 설계 및 공정 자동화 전환의 첨병 역할도 기대된다. 삼성전자 DS는 종합기술원 중심으로 지능형 팹 구축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 수율에 대한 AI 관리부터 디지털 트윈 팹 운영까지 목표로 삼은 장기 프로젝트다. 이같은 설계·공정 자동화 전환에 따른 데이터 분석과 활용 핵심 거점으로 HPC센터가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