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전지 업계가 정부에 ‘일반수소 발전시장’ 입찰 물량 확대를 요구했다. 정부가 연간 200㎿ 규모 생산설비를 고려해 입찰 물량을 제시한 것을 감안하면 연간 1600~1700GWh 규모 입찰이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정부는 연간 1300~1400GWh 규모 이상으로 입찰 물량을 확대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2030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 개질 수소를 활용한 연료전지는 더 이상 확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7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한국수소연료전지산업협회는 산업통상자원부에 일반수소 발전시장 입찰 물량을 확대해달라고 건의했다. 정부는 일반수소 발전시장을 개설하면서 연간 물량을 1300GWh로 책정한 바 있는데, 이를 확대해 달라는 것이다.
연료전지 업계는 구체적으로 1600~1700GWh 수준 입찰물량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산업부가 연간 200㎿ 규모 연료전지 설비용량을 입찰 대상으로 제시했는데 이용률을 약 75% 수준으로만 산정했기 때문이다.
연료전지 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부에서 연료전지 입찰 물량을 설비 기준으로 연간 200㎿로 산정했는데 이용률 90%로 계산하면 입찰 물량은 1600~1700GWh는 나와야 한다”면서 “하지만 산업부는 가동이 안 되는 포스코의 연료전지 물량 등을 고려해 이용률을 75%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지난달 기존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에서 수소발전을 분리한 ‘수소발전 입찰시장’을 개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추출·부생수소 등 그레이수소 사용을 허용한 ‘일반수소 발전시장’, 그린·블루수소를 대상으로 한 ‘청정수소 발전시장’으로 구분해 운영할 계획이다. 하지만 연료전지를 대상으로 한 일반수소 발전시장 개설을 앞두고 업계와 정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연료전지 업계는 올해 일반수소 발전시장 ‘낙찰’ 물량도 내년으로 순연될 것으로 우려했다. 수소발전 입찰시장을 운영하는 전력거래소는 올해 상·하반기로 나눠 일반수소 발전시장 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 입찰은 10월 즈음 시작하기 때문에 5개월 정도 후인 내년 3월에 낙찰물량이 확정될 수 있다. 이 경우 개설 첫 해인 올해 입찰물량은 650GWh 내외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연료전지 제조사들의 올해 실적에도 당장 수소발전 입찰시장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연료전지 제조사들은 수소발전 입찰시장 개설을 앞두고 설비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두산퓨얼셀은 지난해 자사 고유의 인산형 연료전지(PAFC) 생산설비를 275㎿까지 확대했다. 올해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생산 설비도 50㎿ 규모로 구축할 계획이다. 블룸SK퓨얼셀은 지난해 SOFC 생산설비를 증설해 200㎿ 규모 설비를 구축했다. 2교대를 활용해 설비를 가동하면 연료전지를 연간 400㎿까지도 생산할 수 있다. 두 제조사의 생산설비가 500㎿ 가까이 구축된 상황에서 수소발전 입찰시장 규모는 이보다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산업부와 전력거래소는 내년 청정수소 발전시장 입찰도 시작하기 때문에 입찰물량이 대폭 확대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산업부는 일반수소 발전시장 입찰물량의 10% 정도는 상향할 수 있고, 향후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을 통해 입찰물량 확대를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10차 전기본에 계획된 것은 따르려고 하지만 10% 내외로 조정하는 것은 인정된다”면서 “전기본도 2년마다 바뀌기 때문에 향후 상황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