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창작자 저작권 보호 시스템의 필요성

윤미선 북아이피스 대표
윤미선 북아이피스 대표

최근 두 편의 일본 애니메이션이 화제였다. 지난해 말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3050세대가 청소년 시절 열광하며 읽었던 만화 ‘슬램덩크’ 원작 애니메이션이다. 많은 사람이 N차 관람, 자녀와 관람을 즐기며 450만 관객을 넘었다. 올초 개봉한 ‘스즈메의 문단속’도 흥행몰이 중이다. 여고생과 수수께끼 청년이 일본 전역에서 연이은 재난을 막으려는 이야기를 다뤘다. 국내 누적 관객 수 473만명을 넘으며 올해 개봉작 중 흥행 1위를 달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 편의 만화가 화제다. 1990년대 인기리에 연재됐던 만화 ‘검정고무신’이다. 검정고무신 원작 그림작가 이우영씨는 국내 애니메이션 1세대 작가로 한국 애니메이션 부흥기를 이끌었던 장본인이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검정고무신은 1960년대 서울 시대상과 가족의 삶을 조명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검정고무신은 출판사 저작권 소송 중에 이 작가가 별세하며 주목받게 됐다.

검정고무신 저작권 분쟁은 출판사가 창작가 측에 제기한 2억8000만원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이다. 성공하기 위해 의기투합한 창작자와 출판사가 갈등이 생기면서 지금도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 작가가 저작권 소송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그린 만화가 사망 후 공개되며 더욱 가슴이 아프다.

창작자 권리 보호를 위한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검정고무신 사건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률지원센터’를 여는 등 창작자 권리 보호에 도움을 주고 있다. 앞으로 안타까운 일을 방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최근 만화와 애니메이션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창작자가 창작물을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생태계(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생태계)가 성장하고 있다. 창작자, 출판사를 비롯해 다양한 사업 주체들은 저작권을 기반으로 한 사업화 과정에서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힌다.

교육 콘텐츠는 저작권 관계가 유독 복잡하다. 많은 경우 창작자이면서 동시에 이용자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윤동주 ‘서시’를 인용한 교과서의 부교재를 학원 선생님이 만들 경우 선생님은 부교재 창작자인 동시에 교과서와 서시의 이용자이기도 하다. 창작자 권리 보호가 저작권법률지원만으로 가능할까. 적극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창작자 보호와 함께 성장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판을 만들 수 있다.

에듀테크 기업 북아이피스는 교육 콘텐츠 플랫폼 ‘쏠북’을 시작했다. 창작자 결정에 따라 설정된 클라우드 기반의 디지털권리관리(DRM) 환경을 제공하고 저작물 이용료를 현실화했다. 교육 콘텐츠가 쓰이는 단계를 따라가며 저작권료가 다중 정산되도록 했다. 함부로 쓰지 못하게 통제하는 대신 제대로 쓰이게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여러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용되며 저작권에 대한 논의는 더 깊어지고 치열해질 것이다. 창작자는 저작권 보호를 위해 저작권 활용이 위축되는 상황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플랫폼을 통한 저작권 보호와 다중 정산체계 시스템이 좋은 해법을 찾는 실마리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앞으로 탄생할 많은 창작물이 합당한 권리를 누리며 활용되길 바란다.

윤미선 북아이피스 대표 misunyun@bookip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