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칼럼]한반도 상공 전천후 파수꾼, 영상 레이다

곽영길 레이다 인스티튜트 원장(전 한국항공대 교수)
곽영길 레이다 인스티튜트 원장(전 한국항공대 교수)

가속화된 지구 온난화와 기후 이변으로 한반도 상공은 구름과 미세먼지로 앞을 보기 힘든 날이 많아졌다. 과거에는 지구 원격 탐사나 국방 감시 정찰 수단으로 대부분 고해상도 광학 카메라를 탑재한 위성을 활용했다. 하지만 최근 빈번해진 기상이변 탓에 전자파 에너지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영상 레이다(Synthetic Aperture Rada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영상 레이다는 기상이나 밤낮 관계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첨단 레이다 영상 기술이다. 구름을 뚫고 지표면에 반사돼 되돌아오는 표적 신호를 처리해 고해상도의 거리·방위 픽셀 이미지로 영상화한다.

최근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면서 북핵 미사일 위협과 같은 변화 징후를 수십분 간격으로 탐지하고 식별할 수 있는 초고해상도 SAR 군집 위성 확보가 국가적으로 시급한 상황이다. 이는 한반도 상공 전천후 파수꾼으로서 SAR 레이다가 국가 안보와 국방 킬 체인 핵심이기 때문이다. 우주 국방력이 국가 생존을 좌우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필자는 국내 최초로 국가적 위성 SAR 사업을 창시, 1990년대 후반 해외 협력으로 국산화 개발을 주도한 경험이 있다. 그 결실로 우리나라 최초 SAR 위성인 아리랑 5호가 2013년 8월 발사돼 임무를 시작했지만 이미 수명이 끝난 지 수년이 넘었다. 후속 아리랑 6호 SAR 위성도 몇 년간 지연됐고 군 정찰 SAR 위성사업도 지연되기는 마찬가지다.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기상이변도 빈번해지는데도 우리는 최근 10년간 단 한 대 SAR 위성도 올리지 못했다. 사실상 한반도 상공의 전천후 파수꾼은 너무 오래 잠만 자고 있다. 무엇보다도 국가 안보 관련 사업은 지연돼서는 안된다.

SAR 위성은 과거 수십 년간 대당 수천억 원 비용이 드는 1톤 이상 중대형 위성을 정부 주도로 개발했다. 최근에는 민간 주도로 불과 100㎏급 초소형 고해상도 SAR 위성을 저비용으로 상용화해 다수 군집 운용이 가능해졌다. 지난 30년간 국가 SAR 위성사업이 매번 해외 협력 일정에 쫓겨 지연되다 보니 막상 우리 자체 기술로 지상에서 위성 탑재체까지 풀 사이클 기술검증 기회를 확보할 여유도 없었다. 우리가 꾸물대는 사이 불과 4~5년만에 해외 기업이 수십 개 초소형 SAR 군집 위성을 쏘아 올리며 글로벌 기업으로서 뉴 스페이스 시대를 이끌고 있다. 국제적 우주 경제를 위한 위성사업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바뀌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정부는 북핵 위협 및 한반도 주변 해역의 위기상황에 대한 국가 안보대응력 강화를 위해 올해부터 2030년까지 1조4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다수 초소형 SAR 군집 위성개발에 착수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이 성공할 때까지는 적어도 수년간 당면한 안보위협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제는 관 주도 국산화로 포장된 명분에서 과감히 벗어나 국방 안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뉴 스페이스 시대 가용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단기간 전천후 감시 능력을 갖추는 국가적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다. 세계에서 우리나라와 같은 안보위협 국가가 또 어디에 있던가. 국민은 한반도 상공 전천후 파수꾼이 하루빨리 잠에서 깨어나 국가 안전을 지켜주기를 기대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곽영길 레이다 인스티튜트 원장(전 한국항공대학교 교수·한국전자파학회 레이다연구회 설립위원장) ykkwa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