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한시 허용된 비대면 진료가 종료될 위기에 처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비상사태를 해제하기로 결정하면서 우리 정부도 위기 단계 하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내려가면 국내에서 비대면 진료는 할 수 없게 된다. 우리나라 감염병 예방법은 ‘심각’ 단계에서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시적으로 이뤄진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기 위한 의료법 개정이 추진됐다. 그러나 제대로 논의조차 못했다. 허용 범위, 진료수가 등을 둘러싸고 의사, 약사, 플랫폼 업체 등 이해관계자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자 국회가 미온적으로 대처해서다.
코로나19 기간 비대면 진료에 대한 국민 호응은 높았다. 지난 3년 동안 2만5697개 의료기관에서 1379만명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 3661만건이 이뤄졌다. 중대한 의료사고는 없었고, 사용자와 의료기관 모두 효과를 긍정 평가했다. 코로나19 위기극복에 비대면 진료가 기여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필요성·효용성이 확인된 기술과 서비스를 좌고우면할 이유가 없다. 비대면 진료 도입 문제를 놓고 미적 거린 게 20년을 넘었다. 우리가 멈춰 있는 동안 미국·일본·중국 등은 제도화를 기반으로 경쟁력을 키워나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후 지난해 4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약속했다. 장예찬 인수위 청년소통TF 단장은 닥터나우를 찾아 “스타트업이 갑작스러운 규제로 하루아침에 사업을 못 하게 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 스타트업들은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을 당하기 일보 직전에 있다.
더 이상 기득권 눈치를 볼 이유가 없다. 환자의 건강권과 편익만 봐야 한다. 제도화를 또 다시 미루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